더 나은 공직사회를 바라는 마음에 공무원과 겪은 일화를 소개할까 한다.

올 봄 12년 만에 대전지방국세청에 세무조사를 받으러 들어가게 됐다. 갖가지 생각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조사2국에 들어섰다. 사무실에서 처음 마주한 공무원은 자신을 팀장이라고 소개하더니 자리에 앉으라고 권한다. 친절하고 자상한 말투에 일단 긴장이 다소 풀리는 듯 했다. 그러더니 커피까지 내온다. 이 자체로도,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가 12년 전과 180도 다르다고 느꼈다. 쟁점이 될 만한 사안이 있어 "5분만 말씀 드려도 될까요"하고 제안했다. 소명을 하려면 최소한 5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30분도 들어줄 수 있으니 얼마든지 말씀하시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부하직원을 부르더니 이 사람이 담당할 것이라며 친절하게 안내까지 해주는 것이었다. 조사는 엄격히 진행됐고, 소명할 기회도 충분히 주어졌다.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추가 납입은 분명 조금은 억울하고 달갑지 않은 것이었으나 팀장과 담당직원의 추가세액에 대한 당위성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친절로써 나를 이해시켰고, 그 결과에 따라 적지 않은 세금을 완납했다.

세무조사 받으러 국세청에 안 들어가 본 사람은 모를 것이다. 세무조사대상으로 결정됐다는 통보를 받는 순간 당사자가 겪는 심적 중압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세무조사 받는다는 자체만도 부담인데 담당 공무원마저 고압적이고 권위적이라면 조사자가 체감하는 고통은 클 수밖에 없다.

이번에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10여년 전에 비해 국세청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담당공무원은 맡은 업무에 소신이 있었고,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는 부드럽고 친절했다. 권력기관일수록 이런 자세는 더욱 필요하다. 친절이야말로 공무원이 지녀야 할 제 1의 덕목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라 전체가 요즘처럼 어수선하고 위기에 처했을 때 이런 하위직 공무원들이 있어 아직은 우리나라는 희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진옥 대전시 중구 은행동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