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탄생 기리는 성탄 준비하며 불평등 저항하는 시민 촛불 떠올려 약자 보듬는 사회 발전 계기 됐으면

천주교에서는 성탄을 앞두고 대림시기를 보낸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을 앞두고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4주간을 대림시기라고 하는데, 예수님께서 2000년 전에 탄생하신 것을 기억하고, 오늘날 예수님이 어떤 모습으로 오시는 지를 묵상하는 시기이다. 대림시기에는 4개의 초를 준비하고 4개의 초를 한 주에 하나씩 밝혀 간다. 가장 어두운 색의 초를 시작으로 대림 4주가 되면 제일 밝은 색의 초를 켜는 것으로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어두운 세상에 빛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기다리고 예수님이 오심으로써 세상이 더 밝아지리라는 믿음과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대림초가 밝혀질 즈음 또 다른 초가 켜졌다. 어지러운 세상을 밝히는 촛불이었는데, 대림시기를 시작할 즈음 켜지기 시작한 촛불은 점점 더 많아지고 점점 더 밝아져서 230만이 넘는 촛불이 밝혀졌다. 그리고 대통령 탄핵이 국회에서 의결되고 우리나라는 새로운 세상을 위한 출발점에 서게 되었다. 하나의 촛불이 넓은 세상을 밝히기에는 너무 초라하고 약하지만, 많은 촛불이 모이면 세상을 충분히 밝힐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온 세계가 놀라워 했다. 이 촛불들은 단순히 정권이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정의롭지 못하고, 불평등이 만연한 세상에 대한 저항이다. 모두가 공평하고 모두가 평화롭기를 바라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지내면서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고, 기뻐했다. 예수님의 탄생으로 초라한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예수님을 통해서 세상이 더 따뜻해지기를 기도했다. 예수님의 탄생으로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예수님의 마음을 품을 수 있은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예수님은 나자렛에 사는 마리아라는 처녀의 몸에서 태어나셨다.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는 이렇게 전해진다. 그 무렵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서 칙령이 내려, 온 세상이 호적 등록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모두 호적 등록을 하러 저마다 자기 본향으로 갔다. 요셉도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 고을을 떠나 유다 지방, 베들레헴이라고 불리는 다윗 고을로 올라갔다. 그가 다윗 집안의 자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와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호적 등록을 하러 갔는데,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다. 그들이 거기에 머무르는 동안 마리아는 해산 날이 되어, 첫아들을 낳았다. 그들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 고장에는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이 있었다. 천사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루카1, 1-12)

예수님의 탄생 소식은 들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에게 처음으로 전해졌다. 목자들은 몇 개월씩 마을을 떠나 주인이 맡긴 양들을 몰고 들이나 산으로 가서 지냈다. 당시의 목자들은 가장 외롭고 험한 일을 하며 지내는 사람들이었다.

예수님의 탄생은 이렇게 당시에 가장 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 쓸쓸한 어둠 속에서 양떼와 지내는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전해졌다. 처녀의 몸에서 태어난 예수님은 쓸쓸하게 밤을 보내는 목자들의 경배를 받으며 그렇게 세상에 오셨다. 세상에서 가장 약한 사람으로 가장 쓸쓸한 사람들의 경배를 받으며, 하느님께 버림받았다고 느꼈을지 모르는 그런 사람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하고 싶으셔서, 사람이 되어 세상에 오셨다. 예수님은 강자가 아니라 약자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셨다. 하느님의 마음은 언제나 약자에게로 향한다. 하느님 마음은 가장 약한 자식을 안쓰러워하는 어머니의 마음이다. 정의롭고 평등하게 대우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은 더 마음을 쓰신다. 이번 촛불과 예수님의 탄생으로 우리 사회가 하느님의 그런 마음을 담아내는 사회로 발전해 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박제준 천주교 대전교구 한끼 100원 나눔운동본부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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