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조선인 포수들은 만주의 산들이 비적들이 날뛰는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알았으나 그렇다고 미록 사냥을 단념할 수 없었다. 어떤 위험이 있어도 미록 사냥터를 포기할 수 없었다.

조선 포수들은 미록들의 발자국을 따라 두 파로 나눠 장백산의 산림으로 들어갔다. 미록들의 수컷들은 그렇게 열 서너 마리씩 떼를 지어 광대한 산림에서 암컷들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다.

조선인 포수들은 그날 오후 미록의 수컷들이 잡목림으로 들어간 것을 알고 그 잡목림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자그마한 바위산 중턱에 진을 쳤다. 강 포수를 비롯해 여섯 명의 포수들이었다.

"모두들 조심하시오."

잡목림에는 나무들은 드문 드문 있었으나 사람 키만큼이나 자란 잡풀들이 무성했는데 미록은 보이지 않았다.

잡목림은 조용했으나 미록들이 몸을 숨기면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포수들도 바위산 중턱에 있는 바위 뒤에 엎드려 잡목림을 살피고 있었다.

잡풀들 사이로 새로 생긴 미록의 뿔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죽음을 몰아오는 뿔들이었다.

강 포수는 그때 미록 사냥을 동료들에게 맡기고 바위산 꼭대기에 올라갔다. 바위산 꼭대기 너머에서 뭔가 살기가 떠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길한 예감이 느껴졌는데 그 예감은 적중되었다.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바위와 나무들의 뒤를 기어다니는 물체들이 있었다.

사람들이었다. 그런 산중에 그렇게 움직이는 사람은 비적 외에 있을 리가 없었다. 미록 사냥을 하는 포수들을 등 뒤에서 기습하려는 비적들이었다. 서너 명쯤 되는 것 같았다.

강 포수는 그들이 산 위로 기어오는 것을 기다려 발포했다. 맨 앞에서 기어오던 녀석이 머리에 총탄을 맞은 듯이 뒤집어졌다.

그러자 나머지 녀석들이 일어나 강포수가 있는 곳을 보고 난사를 해왔다. 녀석들은 강포수가 혼자라는 것을 알고 공격을 해왔으나 그 혼자가 예사 상대가 아니었다.

조선에 들어왔던 일본군이 개최한 사격대회에서 뭇 외국사수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했던 강 포수였다.

또 한 명의 비적이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지자 나머지 녀석들이 쓰러진 동료를 끌고 도망갔다. 먼저 뒤집어진 녀석은 치명상을 입는 것 같아 그대로 내버려두고 고망갔다.

바위산 중턱에서 미록 사냥을 하고 있던 포수들도 그날 세 마리의 미룩을 잡았다. 조선포수들은 잡은 미록의 새 뿔만 잘라 갖고 갔으며 나머지 시체들은 조선인 마을 사람들에게 넘겨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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