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근 포수는 그러한 비적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으나 그래도 만주로 건너가기로 했다. 일확천금이 약속되고 있는 만주의 미록 사냥터를 놓칠 수가 없었다.

강포수는 강원도와 함경도 등에서 사슴사냥을 하고있던 포수 열 서너 명을 데리고 압록강을 건너갔다.

압록강을 건너가니 바로 미록들이 사는 장백산맥의 산줄기가 나왔다.

장백산맥은 중국 땅의 동북부 일대에 백두산을 비롯한 산괴 들을 뻗치고 있는 큰 산맥이었으며 그 산들은 모두 울창한 산림과 숲을 갖고 있었다. 미록들이 서식하는 사냥터들이었다.

조선포수들은 강을 건너가니 바로 미록들의 발자국들이 있었다. 미록들은 서너 마리에서 열 마리까지 무리를 지어 다니고 있었다. 모두 수컷들이었으며 발자국 크기가 엄청났다. 마록이라는 호칭에 걸맞은 거대한 발자국들이었는데 그들은 어깨 높이의 크기가 1.5m나 되고 그 뿔의 길이도 1m나 되었다. 미록의 뿔은 가을에 떨어지고 봄에 새 뿔이 돋아 올랐는데 그때의 새 뿔이 바로 녹용이 되었다.

강포수 등 조선포수들은 그 발자국을 추적하면서 장백산맥 산기슭으로 들어갔는데 뭔가 좀 이상했다. 산기슭 일대가 너무나 조용했다. 미록은 물론 다른 종류의 짐승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조선 땅에서는 그렇게 흔했던 꿩이나 토끼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죽음을 몰고 오는 미록 때문이었다.

조선인 포수들은 산기슭에 산재하고 있는 마을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검은 구름에 덮여 언제 비가 내릴 지 모르는 날씨였으나 만주의 마을들은 냉정하게 조선포수들을 거절했다.

조선인포수들은 이 마을 저 마을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돌아다니다가 어느 산중에서 물레방아를 발견했다. 물레방아는 조선인 농민들이 즐겨 설치하는 기구였으며 그 물레방아도 역시 조선인 농부가 만든 것이었다. 그 조선인 농부는 먼 곳에서 온 동포를 푸대접하지 않았다.

조선인 농부는 조선인 포수들을 위해 자기들이 자는 안방까지 내주면서 친절하게 대접했다.

"미록을 잡겠다고요. 조심해야 합니다."

조선인 농부는 사흘 전에도 미록을 잡으러 나간 중국인 포수 세 명이 비적들에게 참살당했다고 말했다. 비적들은 포수들의 뒤를 미행하다가 포수들이 미록을 잡으면 등 뒤에서 총을 쏘아 포수들을 죽였다. 그리고 포수들이 갖고 있는 총이나 장비들을 약탈하고 포수들이 잡아 놓은 미록도 약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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