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병원재단 회장

2016년 병신년 원숭이해도 며칠 안남았다. 개인적으로 지난 1년 그럭저럭 살아온 것에 감사한다. 누구든지 젊었을 적에는 미래를 보며 꿈을 갖고 살아간다. 그리고 때로는 실수를, 실패를 하며 삶을 배운다. 나이가 듦은 뭔가 젊은 시절과 달라야 하지만, 인생이란 긴 선상에서 보면 크게 다를 것도 없고 단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좀 더 터득한다고나 할까?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인간관계일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생활에 따라, 또는 종교에 따라 다양성이 있다지만 우리는 인간관계를 떠나 생각지도 않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또 받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아픔의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을 수 없지만 최소화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읽은 글 중에 감명 깊은 글이 있어 소개한다. 두 친구가 있었다.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A친구는 똑똑하고 공부도 잘했고 친구 B는 부족하고 공부도 시원치 않았다. 하루는 4X9는 얼마인가 하는 문제로 다퉜다. A는 36이라 하고 B는 35라 하면서 계속 자기가 옳다고 하며 거의 주먹다툼 일보 직전까지 갔다. 화가 난 두 친구는 고을 원님을 찾아가 판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양측의 얘기를 다 들어본 후 원님은 4X9=35라고 답한 B에게 네가 옳다고 풀어주고 4X9=36이라 했던 A에게는 벌을 내려 곤장 36대를 쳤다. 그러면서 A에게 "야 이놈아, 무엇 때문에 저런 수준의 B와 다투느냐? 자네는 아직 수양이 덜 됐다. 앞으로도 저런 뭣도 모르는 놈과는 다투지도, 싸우지도 말고 네가 옳다 옳다 해 버려라. 알겠느냐"고 말했다. 인간의 삶에는 사소한 억울함도, 기막힌 일도 너무 많다. 한 번쯤 이 원님의 말을 되새겨보자.

시쳇말로 `고식지계(妬息之計)`라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하면 `변(便)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한다`는 사고방식이다. 즉 자기에게 유리한 핑계를 만들어 골치 아픈 것을 피하는 것이다.

교수로서 제자들이 많다 보니 각종 문제를 들고 상담할 때가 많다. 그때 나는 이 두 가지 `4X9=36` 이야기와 `고식지계`를 강조한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전혀 모르고 또 때로는 적이 친구가 되고 친구가 적이 되는 게 다반사 아닌가? 따라서 최소한 `고식지계`, `4X9=36`을 사용하면 인간관계는 깨지지 않을 뿐 아니라 최소한의 관계는 유지되고, 상대방이 정신적으로 성장 하게 되면 그에게 참아주고 피해줬던 이유를 언젠가 깨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아주 심한데 좋은 처방은 없냐고 묻는 경우가 많이 있다. 스트레스를 길게 설명하고 싶지 않으나 어떤 사람에게는 사이다의 톡 쏘는 맛처럼 생기를 주고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힘든 시간을 갖게 한다. 스트레스를 이기고 극복하는 방법은 지식적으로는 많아도 실제적으로는 거의 없다. 특히 인간은 태어날 때 스트레스로 시작해서 죽을 때 스트레스로 마감하는 동물이다. 따라서 피할 길이 없다.

하여튼 극복은 해야 하는데 무엇이 최고일까? 바로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철학을 마음속 깊이 새겨두는 것이다. 지나간 세월을 보면 현재도, 미래도 마찬가지겠지만 행복과 환희가 넘치는 순간들도 지나갔고 괴로웠던 순간들도 지나감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언젠가 들었던 얘기가 생각난다. 유대나라에 다윗 왕은 전쟁에서 승승장구하며 영토를 확장하고 최고의 지위를 누릴 때 금은 세공 기술자를 불렀다. "자네는 나를 기념하기 위해 가장 멋진 반지를 하나 만들어 주게" 그래서 열심히 만든 최고의 반지를 보여 주니 왕이 말하길 "사실은 나는 반지 자체보다 반지에 새길 글귀가 필요하다. 무슨 글귀냐 하면 내가 지금처럼 승승장구 할 때 겸손해지고, 언젠가 전쟁에 패해 적의 포로가 되어 자결하려고 할 때 일어설 수 있는 글귀 말이다"라고. 이 말을 듣고 반지에 새겨준 글귀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였다.

2016년 희로애락, 안타까웠던 일, 힘들었던 일 가슴에 묻고 등에 지지 말자! 세상의 모든 것은 지나가기 때문이다. 2016년도 지나간다. 아마 2017년도, 2018년도 왔다가 지나가겠지…. 알면서 져주고 자기에게 유리한 핑계를 만들어 피하고 세상의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철학으로 2017년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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