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원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올해도 오늘을 제하면 닷새만을 남겨두고 있다. 올해의 연말은 유난히 조용하다. 조용한 가운데 주변에서 오랫동안 나를 도와준 이들을 한 사람씩 떠올려본다. 내가 사업을 처음 시작한 43년 전부터,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지금까지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에게 나는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왔다. 그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 역시 장담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우리는 서로에게 버팀목이었고 기댈 언덕이었다. 마찬가지로, 거의 매일이다시피 지구 반대편에서 테러의 참상이 날아드는 척박한 세상에서도, 그나마 안녕하게 살고 있는 이유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주변의 무수한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업을 하면서 나는 사람이 돈보다 중요한 이유를 알게 됐다. 돈은 다시 벌면 그만이지만, 사람이라는 자산은 한 번 잃으면 다시 얻기 쉽지 않다. 우리는 만나는 사람마다에 귀한 자료와 정보를 저금해 놓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순간, 인간관계를 어떻게 이어가느냐, 주변의 조언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2013년 초, 41만장을 생산하는 인조대리석 생산라인이 전소됐을 때, 업계에서는 우리 회사가 쉽사리 재기하기가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었지만 우리는 불과 2개월-3개월 만에 생산을 재개했다. 그리고 지금은 연간 100만장에 달하는 인조대리석을 생산하여 연매출액의 70% 이상을 미국, 유럽, 러시아 등 해외로 수출하는 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 특히, 러시아 인조대리석 시장에서는 선두주자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 역시 그동안 쌓아온 국내외 선진기업 CEO를 비롯한 관계자들과의 신뢰와 믿음이 큰 역할을 했다. 나 한 사람의 의지와 뚝심만으로 절대 헤쳐 나가지 못할 일이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기적처럼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나는 어려운 이의 손을 잡아줄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남을 돕는 것은 내가 돕는 그들로부터 좋은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훗날 그 에너지는 돈이 되고 꿈이 되고 열정으로 변모한다. 이렇게 우리가 서로 주고받는 사랑과 기쁨은 점점 더 그 반경이 넓어지곤 한다. 그런데 최근 온 국민이 국정과 사회 전반에 대한 실망과 좌절 때문인지 기부가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또 경제적 여유보다 마음의 여유를 잃고 현재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기부를 꺼리는 풍조가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분위기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안타깝게도 전 세계가 자국 이기주의와 보호주의로 장벽을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어려운 이들을 도외시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더 혼란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평소에 `배터리는 한 번 방전되면 끝이지만 사람의 에너지는 스스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오래 전 외환위기가 왔을 때 온 국민이 십시일반 금을 모아 나라를 일으켰듯이 그때의 에너지를 다시 일으켜 지금의 위기를 이겨내고 다 같이 상생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자. 나만 잘 살기 위함이 아닌, 함께 잘 살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며 정유년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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