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인대·힘줄 포도당 주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중이다. 게다가 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은 2위로 매우 길고 은퇴시기는 최고로 늦어서 노령 근로인구도 많다. 따라서 시간이 갈수록 만성 근골격계 통증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만성 근골격계 통증 질환이란 쉽게 말해 허리, 목, 어깨, 무릎 등의 관절 및 척추부위에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흔한 질환인 만성 근골격계 통증은 부위마다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생각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적고 잘못된 상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허리 통증의 경우 일반인은 디스크나 협착증 같은 질환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런 질환은 10% 내외다.

허리 통증 원인의 85%는 `비특이적 기계적 통증`, 즉 근육, 관절, 인대, 힘줄 등 허리의 기계적 활동을 담당하는 조직에서 기인하는 통증이다. 따라서 디스크나 협착증을 치료하기 위한 신경성형술 등의 시술이 마치 대부분의 허리 통증 환자에게 효과적일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또한 무릎 통증의 경우도 흔히 관절염이 무릎 통증의 주된 원인이라고 일반인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진행한 관절염인 경우도 통증은 별로 없는 경우도 있고, X-ray에서 관절염이 거의 없는데도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X-ray 소견과 무릎통증 여부 사이에 상관성이 적다는 것은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히려 무릎 통증은 슬개골과 대퇴골 사이의 기능부전이라고 할 수 있는 슬개대퇴 통증 증후군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처럼 다양한 원인을 가진 만성 근골격계 통증의 치료도 원인만큼이나 다양한 치료 방법이 존재한다. 사실 의학적으로 매우 깊게 파고 들어가 보면 아직 명확한 원인 및 병태생리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다양한 학설들이 존재하고, 각각의 학설이 주장하는 가정에 기반한 치료법들이 개발되어 혼재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단순히 정보의 취합으로 적절한 치료를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국가에서 공인한 전문 병원을 찾아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치료법 중에 최근에 유행하는 것으로 프롤로 치료(prolotherapy, 증식치료)가 있다. 프롤로치료는 1955년 미국에서 해켓(Hackett)박사에 의해 처음 소개된 통증시술이다. 인대나 힘줄이 시간이 지나면서 손상 및 퇴화로 인해 약해지고 불안정해지면서 만성 통증이 발생한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그 부위에 포도당 같은 증식제를 주사해 강화시켜서 치료하는 방법이다.

이론 자체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 현장에서는 상당한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고,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반복시술이 가능하고 합병증이 적다는 큰 장점이 있다. 보통 입원 없이 외래에서 10분 내외로 시술이 가능한 비교적 간단한 시술이지만, 수년간 지속된 통증이 한 두 번의 시술로 호전되는 것을 보며 신기해하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장점이 많은 프롤로 치료로라고 할지라도 만능 치료법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하고,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 하에 프롤로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전희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