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파격 인사 이어져 향후 대외정책에 변화 예고 우리도 능동적인 대처 필요

최순실 사태에 온통 정신이 쏠려있는 동안 미국에선 트럼프 행정부 첫 내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트럼프의 대통령 임기는 내달 20일 시작되니 아직 한 달 정도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가 트럼프 당선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고 있는 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후보시절부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말과 행동으로 일찌감치 뉴스의 중심에 서 왔다. 그의 집권 1기 내각을 통해 향후 국정운영이 어떤 색깔을 띨지를 유추해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트럼프 내각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외교안보와 경제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조각을 보는 외신과 국제사회의 평가는 한마디로 `우려`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대통령에 당선이 되면 유세 때와는 다를 것으로 기대를 한 모양이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장관 인선에서 보여준 트럼프의 인사 스타일은 기존의 관행이나 룰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내정자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오바마 정부의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 이라고는 기대 할 수가 없다. 향후 미국의 대외정책에 지각변동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럽 등 세계 각국이 트럼프 내각의 출범을 불안하게 지켜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1기 내각은 한마디로 백인, 강경파, 갑부로 요약할 수 있다. 인선을 마친 장관 13명 가운데 백인은 무려 11명이나 된다. 그것도 한 명을 제외하면 전부 남성이다. 다인종 국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미국이라는 점에 비쳐볼 때 그야말로 파격이다. 상무장관 등 경제라인은 미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월가 출신들이 차지했다. 지명자 대다수가 공직경험이 부족한데다 절반이 백만장자다. 뉴욕타임스가 트럼프 내각에 포함된 인사들의 총 재산을 합치면 14조원이 넘는 `거부(巨富)내각` 이라고 비판할 정도다. 가진 자 위주의 친기업적 정책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유럽 등 각국이 충격적으로 바라보는 대목은 국무장관에 렉스 틸러슨 엑손 모빌의 최고경영자를 지명한 것이다. 틸러슨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구이자 친 러시아 사업가다. 그동안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나 군사대응 문제를 미국과 보조를 함께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친러로 기울어진다면 기존의 정치·외교 틀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중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미국 외교수장의 친러파 등장은 결코 반길 만한 일이 아니다. `친러 반중` 정서가 확산된다면 그동안의 외교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다. 경제와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 하겠다고 한 트럼프의 공약을 상기해본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우리도 강 건너 불 구경 할 때가 아니다. 우리의 안보외교 상황은 미·중·일 등 주변국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 국제질서가 재편되지 않는 한 이 같은 구도를 벗어나긴 어렵다. 트럼프 내각의 외교안보 라인에 한국통이나 아시아 전문가가 없다고 한다. 매티스 국방장관, 켈리 국토안보장관 내정자는 군 출신 강경파다. 틸러슨 국무를 비롯한 강경파 외교안보 파트너는 우리에게도 버거운 상대가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유세과정에서 언급했던 주한미군 카드를 협상테이블에 올리지 않는다고 장담 할 수가 없다. 대만 총통과의 통화로 트럼프는 취임도하기전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의도된 전략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미·중 갈등이 한반도 주변정세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국제 제재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중국의 협조는 꼭 필요하다. 중국은 사드배치를 둘러싸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있다. 이런 판국에 미국과 중국이 척을 진다면 불똥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튈 수가 있다. 자칫하다간 미국과 중국 모두의 이해관계와 충돌하거나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다. 미·중 관계는 물론 더 나아가선 일본과 러시아의 움직임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탄핵정국이라 하더라도 국내정세에만 매몰되어 있어선 안 된다. 외교안보 라인을 모두 가동해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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