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박정경 개인전 '밤의 숨'

박정경 작, `발견`.
박정경 작, `발견`.
오랜 세월 서서히 이루어지는 자생적인 변화가 아니라, 어디인지 모를 결정에 의해 도시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곳에서는 구도심과 새로운 도심의 차이가 크다. 신도심이 아직 자리를 잡지 않은 경우 구도심처럼 유령 같은 분위기가 있지만, 모두가 떠난 혹은 곧 떠날 구도심에 깔려 있는 정서는 더 을씨년스럽다.

예술은 그 삭막한 곳에서, 그러나 삶의 본 모습과는 더욱 가까운 곳에서 삶의 풍경을 읽어낸다. 예술적 아름다움은 가증스러운 꾸밈이 아니라, 벌거벗은 모습 그대로의 진실과 관련된다.

개발의 명암을 반영하는 박정경 작가의 개인전 `밤의 숨(The Breath of Night)`이 29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대전 중구 대흥동 이공갤러리에서 진행된다.

박정경의 질척한 모노톤의 작품은 지나간 흑백 사진을 보는 것 같은 우수가 서려 있음과 동시에 지금 여기의 풍경은 저 멀리 사라지는 원근법을 따라 곧 사라질 것 같다.

다소 급격한 작가의 원근법은 회화작업 전에 사진이라는 매개가 있었음을 알려주며 드로잉에 바탕 하는 작업, 특히 작은 작업들이 집합된 장면들은 그 오래된 풍경들을 더욱 일시적이고 가변적인 것으로 만든다.

발견은 혼자 혹은 누군가와의 동행이었으며 작품에는 그 여정을 증거 하는 길, 특히 골목길들이 많이 등장한다. 또 풍경은 대부분 골목 이편에서 저편으로 다가가는 시점이다.

소실점의 끝은 매우 어둡고,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지도 불투명하다. 미지의 곳에 던져진 자의 호기심 어린 시선은 낡고 오래된 풍경을 갱신한다.

박정경은 군산의 본모습을 낮보다는 밤에서 더 많이 발견한다. 밤은 꿈처럼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결속시킨다. 빛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활성화된 도시가 그렇듯이 연속적이지 않다.

인적 없는 골목길을 지키고 있는 가로등은 부재의 자리를 더욱 강조할 뿐이다. 화면의 전경을 비추는 빛은 등장인물들이 모두 퇴장한 연극무대의 조명을 연상시킨다. 동시에 그것은 비어있음의 충만함을 표현한다.

사실 전인구의 50% 이상이 몰려 살고 있다는 수도권 이외의 곳은 거의 비슷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은 방치되는 기간이 조금 짧은 반면 지방은 길다. 땅도 넓지 않은 나라에서 사람이 거의 살고 있지 않는 수준의 장기간의 방치가 일어나는 이유는 부동산 개발의 신화와 정책의 불확실성이 맞물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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