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나라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의 뜨거운 애국심을 바탕으로 한 성숙한 시민의식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은 위기의 대한민국을 견고하게 지탱하면서 새로운 변혁의 기회를 모색하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와함께 우리가 눈 여겨 보아야 할 또 다른 요인이 하나 있는데 바로 지방자치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교과서에서 지방자치를 민주주의 학교라고 배워왔다. 지금의 국가적 어려움 속에서도 지방자치단체라는 243개의 지방정부가 그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요즘 같은 불확실성이 많은 시기에 시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책임지고 보살피며 시민의 안전한 삶을 지켜주는 지방정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생각해본다. 물론 대전시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 엄중한 시기에도 시민들의 안위와 먹거리를 걱정하고 보다 나은 살맛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열정적인 시정을 멈출 수는 없다.

대전시는 1995년 민선단체장이 선출된 이후 현재까지 지역경제 활성화 등 여러 가지 민생정책을 추진하여 왔고 민선6기 권선택 시장 체제에 이르러 시정의 핵심가치를 사람 중심에 두고 그 일환으로 트램 도입을 선도하고 있다. 인본주의 철학이 담긴 대중교통혁신의 주인공인 트램은 단순한 교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을 넘어서 친환경, 친경제적 가치를 두루 가지면서도 도심재생과 관광자원화는 물론 도시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려는 정책 의지를 상징하고 있다.

길은 아주 먼 옛날부터 사람이 걸었고 우마차가 함께 다녔지만 언제부턴가 이 길을 자동차를 위한 공간으로 내주게 되었고, 그 자동차는 보다 빠르게 그리고 보다 많이 지역간 이동을 가능하게 되면서 우리의 삶이 빨리 빨리 문화로 길들여 지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정부의 각종 홍보문구를 기억해 본다. 전국이 하루 생활권이라는 구호가 익숙해질 무렵 이제는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뀌게 된다. 이렇듯 지역간 또는 도시간 이동시간이 단축되는 것은 경제적이나 정서적으로도 사람들에게 많은 이점을 가져다 줬다. 그런데 이제는 도시내에서 예를 들면 대전시내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공연을 보려가는 경우에 오로지 빨리 가야만 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인가를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우리는 5분 내외가 걸리는 지하철 2-3 정거장을 가기위해 지하 깊숙히 내려가고 다시 올라오는 5분 이상의 시간과 수고로움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으며 더욱이 캄캄한 지하를 달리는 단조로움을 내내 견뎌내고 있다. 이제 도시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트램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경관을 바라보고, 트램 옆에서 작은 음악회를 감상하며, 트램 정거장에서 관광과 쇼핑을 즐길 수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덤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전시가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가지않았던 길을 만들고 다른 도시들이 더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새로운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한 그동안 대전시의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른바 트램 3법으로 불리는 도시철도법이 개정되어 트램의 도입근거가 마련되었고 철도안전법과 도로교통법이 해당 상임위에 계류중이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전국 10개가 넘는 도시가 트램 도입을 추진하며 대전시를 따라오고 있으며 트램을 공약으로 당선된 상당수의 국회의원들의 입법 노력은 물론 교통관련학회에서도 새로운 교통수단으로서의 트램이 한국에서 실현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방자치의 참 뜻이라 할 수 있다. 시민을 위한 정책추진에 중앙정부보다 더 유연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앙정부가 망설이고 있는 동안 지방정부가 앞장서서 정책을 선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도 엄청난 재정절감 효과를 볼 수 있으니 지켜만 볼 것도 아니다. 사업비만 보더라도 지하철건설비의 1/6 정도로 경제적이며, 운영비 또한 1/4 정도로 충당 할 수 있다. 늘어나는 복지지출 등으로 빈약할 수밖에 없는 재정상황에 비추어봐도 매력적이다. 지방정부가 국가를 선도하는 정책을 성공하였던 사례를 보면 정보공개와 담배자판기의 철거 등을 들 수 있는데 아마도 트램 정책은 또 다른 성공사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러한 대전시의 선도적인 노력이 빛을 발하려면 시민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양보와 배려의 교통문화를 정착시키며 살기좋은 도시를 미래세대에 남겨주기 위한 당장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물론 대전시도 시민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정교한 정책설계를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전시는 트램 선도도시로서 대전의 랜드마크가 될 좋은 트램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과 책임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임근창 대전시 대중교통혁신추진단 기획홍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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