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춤의 매력에 푹 빠지다", "내가 본 한류", "한국의 김치 문화"… 지난 달 중순 건양대학교 주관으로 중국의 하얼빈에서 연 한국어말하기 대회 수상자들이 발표한 주제들이다. 흑룡강성의 6개 대학에서 예선을 거쳐 올라온 본선 참가자들의 한국어 발표 실력은 실로 고급수준이었다. 또 놀라운 것은 1, 2등 모두 한국어 전공 학생이 아니고 특별활동에서 조금씩 배운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하나 같이 엑소, 동방신기의 노래와 춤을 따라하고 대장금, 태양의 후예 등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았다고 한다. 대장금은 전 세계인의 식욕을 돋구었고, 태양의 후예는 "송중기 상사병을 주의하라"는 중국 공안의 경고가 있을 정도로 인기였다.

"내 삶의 비타민 K-Pop", "맛도 좋고 건강한 한국의 음식문화"... 역시 지난 달 하순 논산캠퍼스에서 열린 외국인 유학생 말하기대회에서 발표한 타이틀이다. 57개국에서 온 유학생들은 1년 안에 TOPIK 급수를 따야하는 상황이지만 동아리 활동에 참가하며 틈틈이 익힌 태권도, 사물놀이와 케이팝 댄스를 보여주며 한류의 원조 나라에 온 한을 맘껏 풀었다. 그간 오대양 육대주에 뿌려진 한류의 씨앗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히잡을 쓰고 무대에 오른 아프리카 여학생은 "한류의 열풍이 사하라 사막의 모래 바람을 잠재웠다"고 말한다.

한류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를 찾도록 유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류의 효과가 관광에 미치는 비율은 6.5%라고 한다. 아마도 관광객의 상당수는 "한류, 케이팝의 메카에 가보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외국유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본교에 와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과 어울리다 보면 특히 여학생들의 절반이상은 한류에 끌려 한국어를 배우게 되고 나중에는 아예 한류원조의 나라에 가보자 맘먹고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헝가리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로자리아(여,24세)는 부다페스트에는 대장금 클럽이 있을 정도로 한국 드라마의 바람이 뜨겁다고 귀뜸한다.

그러나 얼마 전 부터 한류 열풍의 큰 장인 중국에서 서글픈 소식이 들려온다. 중국이 한국의 아이돌 그룹 등 유명 연예인들의 공연 심의나 한중합작 영화의 상영을 미루는 등 한류 규제가 심상치 않다고 한다.

그간 한류 덕으로 잘나가던 식품, 화장품 등에 까지 불똥이 튈까 염려된다. 또 국내는 지금 초유의 "이상한 게이트" 충격으로 문화정책이 실종되고 손을 놓아 한류는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 한류가 건강까지 잃으면 안 된다. 빨리 처방을 내려야 한다.

문화콘텐츠를 포함한 한류로 인한 총 수출효과는 2015년에 70억 달러에 이른다. 그 중 문화콘텐츠 상품 수출효과는 28억 달러로 13.4%늘었다.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효자이다. 그 해 우리의 상품 수출은 8%가 줄어 무역 1조 달러 클럽에서 떨어져 나갔다.

금년 예상도 마찬가지이다. 국제 경기의 침체와 중국의 저성장의 골이 깊어지면 앞으로 더 영향이 클 것이다. 한류는 이런 국면을 이기게 하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계의 스캔들 여파를 빨리 추스르고, 한류의 최대 시장인 이웃 중국과도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이 때 언뜻 떠오르는 괴물이 있다. 가수 싸이다. 2008년 리만 부라더스 파산 이후 국제 경기의 침체가 계속되어 모두가 풀이 죽어있을 때 2013년 싸이(Psy)가 나타났다. 글로벌 살풀이, "이상한 춤" 강남스타일 열풍은 당시 5대양 6대주를 들었다 놨다 들썩이며 지구촌 곳곳에 웃음으로 활기를 주었다.

지금 이럴 때 불쑥 제2의 싸이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위기는 언제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이를 기회로 반전시키면 약이 된다. 우리 모두 너무 웅크리지 말고 가슴을 좍 피고 당당하게 붉은 닭띠 정유 새해를 맞자.

김현중 건양대 국제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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