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모든 나무 덤불과 돌이 외롭다.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나의 삶이 아직 환하였을 때

내게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이제 안개가 내려

더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을,

떼어놓을 수 없게 나직하게

모든 것으로부터 그를 갈라놓는

어둠을 모르는 자

정녕 그 누구도 현명치 않다.

 

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삶은 외로이 있는 것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안개가 두려운 것은 안개 속을 헤매는 순간의 고통이 아니다. 그 사이 우리가 주변을, 많은 친구를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앞이 보이지 않아 더듬더듬 거리며 조심스레 손을 뻗는 우리들. 그 손에 닿는 것은 방향을 잃어버린 비호행 열차 속의 좀비들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본질이 아닌, 나아갈 방향의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서로의 입장을 되풀이하는지. 그렇게 엇박자 몸짓으로 제자리를 뱅뱅뱅 돌고 있는지 모른다.

300명이 넘는 목숨을 가득 안고 서서히 갈아 앉던 세월호를 기억해보라. 우리 모두 발을 동동 구르며 눈앞에 펼쳐지는 안개 속으로 꺼지며 내려앉던 대한민국. 이제 그런 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안개 속을 나아갈 땐 우리 모두 손을 잡아야 한다. 큰 나무가 되어 서로를 지켜주어야 한다. 나무의 분열이 아니라 울창한 숲. 우리 언젠가 안개는 서로를 이어주던 때도 있었다. 그리움이 너무 강해 잠시 그것을 가려두고 홀로의 힘으로 걷게 하던 때, 언젠가 안개는 사라진다. 이제 안개 속으로 손을 내밀어 서로의 따뜻한 손을 잡자. 시인·한남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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