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공무원 대부분 문과 출신 할당제 도입 등 이공계 진출 넓혀 초인류 대한민국 발전 견인해야

김숙경 한국표준과학硏 삶의질측정표준본부장
김숙경 한국표준과학硏 삶의질측정표준본부장
2018년부터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폐지되고 모든 학생들이 통합으로 과학과 사회를 배우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화두인 지금, 시기가 조금 늦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어쨌든 반가운 소식이다. Industry 4.0은 제조업과 같은 전통 산업에 ICT 시스템을 결합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다. 기술의 발전이 주를 이루던 3차 산업혁명과 달리 기술과 콘텐츠 결합 등과 같이 서로 다른 분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도 새로운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 속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고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문·이과 구분 없이 창의성이 넘치는 미래의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은 박수칠 일이다.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여학생은 가정, 남학생은 기술 과목을 지정해서 배웠다. 이러한 남녀 교과의 구분은 1992년부터 시행된 6차 교육과정부터 모든 학생들이 가정과 기술 두 과목 모두 배우는 것으로 개선되었다. 하지만 유독 고2 때 나뉘는 문·이과의 구분은 지금까지도 시행되고 있었다. 이때의 `작은 결정`은 대학 진학, 직업의 선택은 물론이고 나아가 문과 출신, 이과 출신이라는 옷을 입고 평생 사회생활을 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어린 시절부터 문·이과의 갈림길을 따로 걸어왔기 때문일까? 문과 출신은 과학기술 분야에, 이과 출신은 인문·사회학 분야에 관심과 참여가 부족하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문과 출신 고유의 직업으로 인식이 되어 왔다. 일부 기술직에만 이공계 출신들이 모여 있을 뿐이다.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문과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50개의 정부부처 고위 공무원 중 이공계 출신이 10% 수준에 불과하고 장관급은 3명, 차관급은 9명만이 이공계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17대부터 20대 국회까지 이공계 출신 국회의원 비율이 15%를 넘은 적이 없다. 현실적 상황이 `문·이과가 나뉘어진 대한민국`이라면 이공계 출신 국회의원이 현재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은 되어야 다양한 직업군의 국민을 대변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선진국에서는 이공계나 과학자 출신의 정치 지도자를 많이 볼 수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05년부터 총리직을 역임하고 있으며 내년 총선에서 4번째 연임에 도전하는 정치지도자이다. 그는 이론물리학 박사로서 명료한 단어를 구사하고 정치를 실험의 과정처럼 관찰해 상황들을 분석하고 계획을 세워 업무를 수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처리즘이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1925-2013) 전 영국 총리도 옥스퍼드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이공계 정치인으로 3번의 연임을 통해 11년 6개월 동안 영국을 이끌었다. 그 역시 빠른 판단력과 추진력을 가지고 과감하게 국정 운영을 펼친 소신 있는 리더로 기억되고 있다.

이웃나라 중국의 경우도 이공계 엘리트 출신의 정치 지도자가 많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수리공학을, 원자바오 총리는 지질학을 전공하였으며, 장쩌민 전 주석과 리펑 전 총리도 전기공학도였다. 현재 지도자인 시진핑 역시 칭화대학 화학도 출신이다. 내각의 40%, 관료의 70% 이상이 이공계 출신이고 최고 의결기구인 상무위원 대다수가 이공계 출신이라 오히려 `이과 중시, 문과 경시`에 대한 불만이 나올 지경이라 한다.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도 국가적인 정책을 결정하는 시스템에 이공계의 비율을 확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과거에는 전 세계가 이념을 바탕으로 전쟁을 치렀다면 최근에는 경제가 무기가 되어 전쟁을 벌였다. 이제는 그마저도 벗어나 기술 전쟁의 시대가 도래 하였다. 이러한 새 시대를 맞이하여 기존 행정·정치계의 주류층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다양한 전공을 바탕으로 한 지도자들의 탄생과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고위직과 국회의원 등에 `이공계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 과학적 합리주의를 기반으로 미래지향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 리더십이 초인류 대한민국으로의 발전을 견인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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