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또 만나기 마련이다. 만해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에도 언급된 유명한 문구이다. 대전에서 태어나, 자라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50여 년을 대전에서 지내온 필자가 12월부터 타 지역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대전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인구 약 150만의 광역시. 연구단지와 정부청사가 있지만 제대로 된 산업기반이 부족한 도시. 선거 때마다 여(與)와 야(野)의 균형을 잡아주는 지역. 지역의 텃세가 크지 않아 외지인들이 살기 좋은 지역.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이지만 매사 찬(贊)·반(反)이 분명치 않아 속내를 모르는 지역.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느낌을 간직한 도시. 무엇이 지역의 자산(資産)인지를 잘 모르는 듯하며 더구나 이 자산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이 미비한 도시.

결과적으로 대전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미래 청사진을 그려보기가 어려운 도시라는 느낌을 갖고 있다.

앞으로 대전은 어떤 도시가 되어야 하는가? 분명한 것은 대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 현재도 대전은 분명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것이 있다. 바로 대전과 충북도에 걸쳐있는 거대한 호수, 대청호(大淸湖)이다.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지역의 자산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도리어 지역발전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중의 하나로 남아 있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물과 관련된 자산이 대전의 대표적 이미지가 될 수 있을까?

내년은 K-water가 창립한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그 기간중 무려 43년 동안 대전에 위치하면서 우리나라의 물 관리를 책임져 왔다. 즉 K-water는 일찍부터 지역에 둥지를 튼 지역화된 국가 공기업으로 국가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지만 한편으로는 댐 건설이나 4대강 사업 등과 관련해 많은 질책도 받아왔다. 그동안 K-water가 제대로 된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대전지역의 역할이나 지원이 그다지 크지 않았으며 K-water 역시 대전의 발전에 토대가 될 수 있는 사업들을 하지 못했다. 앞으로 대전시가 K-water와 손잡고 준공된 지 40년 가까이 되는 대청댐을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계획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즉 대청호 주변지역에 다양한 문화와 관광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면서, 아울러 대청호 주변에 가해진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노력도 같이 하길 바란다. 이렇게 되면 대청호는 친환경 친수(親水)문화 공간으로 탈바꿈되어 대전지역의 발전과 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대전의 이미지는 모호함이 아니라 명확함을 추구해야 한다. 특히 비슷비슷한 대규모 개발이 아닌 현재 갖고 있는 자산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각종 정부 정책에 명확한 목소리도 내고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전의 많은 기관들이 같은 마음으로 협력하고 지원할 때 대전지역의 발전이 담보된다. 물 관련이슈는 대전시와 K-water가 협력해서 같이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자가 다시 대전에 돌아올 때 대전이 달라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아듀(Adieu)! 대전. 권형준 K-water 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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