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박근혜·새누리당 추락

만약 최순실사태만 없었더라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비교적 쉽게 대통령이 될수도 있는 사람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비교적 쉽게 된 사람은 김영삼과 이명박인데 아마도 그 정도는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최순실사태로 상황은 급변했다. 박근혜-새누리당의 추락으로 보수가 동반추락했다. 다음 선거에서의 최대 난제는 이 보수불신의 해소다.

물론 반기문이 보수후보가 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는 노무현대통령 정부에서 대통령 외교특보, 외무부장관을 했고 유엔사무총장도 노무현 임기 중에 갔다. 겉으로만 본다면 노무현사람이다. 유엔사무총장이 되는 과정에서도 노무현 정부의 뒷받침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외교관을 벗어난 적이 없는 평생 직업관료 출신이다. 그가 만약 처음부터 노무현대통령에 의해 정치적으로 발탁됐다면 노무현사람이다. 그러나 직업관료로서 승진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그의 성향도 중도보수로 보는 견해가 많다. 더구나 대선과 관련하여 그는 언제나 친노진영의 대표인 문재인과는 항상 대척점에 서 있었다. 앞으로도 그가 출마한다면 최대의 라이벌은 일단 문재인일 것이고 만약 문재인이 아니라고 해도 현재의 야당진영에서 나온 후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지금 새누리당으로 갈수도 없다, 새누리호는 최순실사건으로 침몰지경이다. 당장 갈 집이 마땅치 않다. 그것이 문제다. 반문재인, 반민주당 세력이 빅텐트를 쳐놓고 있다면 반기문에게는 아주 좋은 집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대선승리는 낙관적이다.

문재인은 대선여론 조사에서 반총장과 막상막하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에게는 비토세력,즉 강력한 반대자가 많다는 문제가 있다. 반기문이나 안철수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강한 반대자는 많지 않다. 반대한다 하더라도 그 강도에 있어 문재인 반대자와는 큰 차이가 난다. 그는 최근에도 탄핵이 안되면 혁명 밖에 없다는 발언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친노의 특징인 과격성을 드러낸 것이다.

문재인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그의 안보관에 대한 불신이다. 그는 사드 등 대북문제에 있어서 강력한 반대 입장에 서 있다. 그렇다고 북핵에 대한 대안제시도 알려진 게 없다.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말했다. 그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가장 큰 문제가 대미관계다. 그는 외교에 있어서도 경험이 없지만 그의 반미성향이 한미동맹관계를 어렵게 할 때 그것은 바로 안보위협이고 또한 많은 국민에게 있어서 생존위협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반기문은 매우 유리하다. 그는 원래도 미국통이었지만 직전 유엔사무총장으로서 미국이나 주변 강대국, 세계 주요국가 누구와도 바로 소통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다. 이만큼 유명해진 한국인은 아마 반기문이 처음일 것이다. 평생 공직자 생활을 통해서 형성된 이미지와 세계정부의 수장이라는 유엔사무총장 이력만 갖고도 그의 경쟁력은 뛰어난다. 부족하다고 지적되는 부분들은 사람을 잘 쓰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처럼만 안한다면 인재는 차고 넘친다.

그러나 당장의 문제는 보수불신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문제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이 출중한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대선은 힘든 게임이 될 것이다.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최순실사태로 대표되는 문제도 바로 부패다. 그것도 권력형 부패다. 권력과 돈의 야합이고 정경유착이다. 이 권력형 부패는 대통령과 행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입법과 사법도 마찬가지다. 소위 권력이 있는 모든 부문의 문제다. 때로는 구름 같기도 하고 안개 같기도 하지만 반드시 잡아야 할 유령이다. 이것이 민심을 잡는 길이고 대세를 잡는 길이고 선거에서 이기는 길이다. 구월환 순천향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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