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입었을땐 찬물에 응급처치

밤 11시 응급실 근무 중 허겁지겁 아이를 홀딱 벗겨 안고 응급실로 들어온 보호자가 의료진에게 도움을 청한다. "아이가 화상을 입었어요. 어서 봐주세요". "어떻게 된 거예요?"하고 연유를 물으니 보호자가 "라면…국물에 데었어요"라고 말했다.

이렇듯 화상은 뜨거운 물, 혹은 불에 직접 피부가 닿아 일어나는 질환이다. 화상은 생활 속에서 작은 부주의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화상을 한 두 번 겪어본 부모들이라면 시원한 물에 화상 부위를 담근 후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아주 적절한 치료다. 그런데 간혹 얼음을 직접 화상 부위에 댄 후 병원에 내원하는 보호자도 있다. `냉각`이란 단어가 생각난 보호자가 순수한 마음에 화상 부위가 얼어버릴 정도로 온도를 낮춰버린 것인데, 이는 혈액순환을 방해해 오히려 화상의 정도를 악화시키므로 절대로 해선 안 되는 행동이다.

즉 얼지 않을 정도의 시원한 물, 혹은 상온의 물로도 화상 치료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냉각할 때에는 가능한 한 빨리 최소 10분 정도 물에 담가야 하며, 화상의 범위가 넓은 경우 냉각 시 아이가 저체온(hypothermia)에 빠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냉각이 이뤄진 후 의사들은 일반적으로 화상 부위를 덮는데, 이는 드레싱을 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습윤 드레싱이 건조 드레싱에 우위가 있음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냉각이 이뤄진 후 화상을 건조한 상태로 무균 적으로 덮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드레싱이라는 것이다. 간혹 꿀, 혹은 감자 껍질 같은 민간요법을 시행한 후 내원하는 경우가 있는데, 산골 오지 혹은 병원까지 수십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면 추천하는 방법은 아니다.

물집이 생기거나 피부가 벗겨진 경우, 안면이나 목, 손, 성기부위에 화상을 입은 경우, 몸통 혹은 팔다리처럼 넓은 면적에 화상을 입은 경우라면 반드시 화상 전문센터의 진료가 필요하다. 또 호흡곤란이 있는 경우에는 흡입화상을 의미할 수 있고 심한 경우 기도부종으로 사망할 수 있어 급히 병원을 찾아야 한다.

범위가 작은 경우엔 다음 날 성형외과 혹은 화상 전문의에게 진료를 보며, 화상의 진행 정도에 따라 추가적인 처치(피부 성형, 이식)를 계획하기도 한다. 응급실에서 화상의 깊이를 물어보는 부모들이 많은데, 수상 당일엔 알 수 없고 정확한 화상의 깊이는 약 일주일 정도 후 시간이 지나서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응급실에 근무하다 보면 위 사례처럼 야식으로 라면을 드시다가 국물에 아이가 화상을 입어 응급실에 정말 많이 오는 것을 본다. 라면을 드시려면 아이가 잠든 후에 드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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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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