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탄핵' 준비 못한 국회 우왕좌왕 정국안정, 개헌 무시한 채 대선에만 골몰 정치교체 위한 틀 마련위해 머리 맞대야

요즘 최순실 청문회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키워드 중 하나가 `세월호 7시간`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박 대통령이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 이 골든 타임(golden time)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더라면 최악의 참사는 피할 수 있었기에, 국가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당시 행적을 밝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꼭 일주일이 지났다. 통과 당일 여야가 이구동성으로 국민에게 내놓은 메시지를 요약해보면 `책임 통감`과 `정국 안정`, 그리고 `새로운 정치`다. 이번에는 `혹시`하며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여의도 정치는 `역시` 실망감만 안겨줬다. 여의도 정가 안팎에선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국가 위기상황인 `포스트 탄핵` 정국에 대해 여야 가릴 것 없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선거를 겨냥해 정쟁에만 골몰하는 모습은 더욱 꼴볼견이다.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력을 다해야 함에도 내분만 가열되더니, 급기야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경선을 한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즉시 퇴진을 요구하거나,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를 흔드는 야권의 모습도 안정감을 보여야 할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위기(危機)는 위험한 시기(時機)가 아니라 위험하지만 기회(機會)`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태를 국가시스템을 새롭게 변화시켜나가는 기회로 만들어야지 결코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정치교체를 위한 새 틀, 개헌의 골든 타임이다.

개헌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서는 이미 정치권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 최근 여야 3당이 29년 만에 국회에 개헌특위를 설치키로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개헌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새누리당은 물론 국민의당에서도 지도부와 주요 대선주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민주당 일부까지 찬성하고 있다.

지금이 개헌의 적기로 꼽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민심이다. 1차에서 7차까지 이어진 촛불집회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이끌어냈지만, 결코 민심의 종착지는 아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누적된 병폐를 바꿔달라는 국민적 열망이며, 이에 화답해야 하는 것은 정치권의 당연한 의무다. 무엇보다 정치권에서 수차례 개헌 논의가 있었지만, 실상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는데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 자리를 놓고 여야가 끊임없이 다투는 모습에 국민들은 이미 질렸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를 지켜보면서 제왕적 대통령의 주변은 부패할 수밖에 없고, 자칫 이 제도가 나라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두려움까지 적지않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각 정파들이 개헌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정치 틀로 보는 게 아니라, 조기 대선 국면에서의 `변수`로 취급하거나, 그에 따른 전략적 대응에만 골몰하는 모양새다. 특히 저마나 개헌의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의`로 규정하며, 타 정파의 주장은 `꼼수`로 깎아내리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민주당 주류 측에선 시간이 촉박해 대선 전 개헌이 물리적으로 어렵고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나, 반대 측에선 이미 대세를 잡았으니 새로운 변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일축한다. 반면 개헌을 추진하는 세력에 대해 반대파는 정계개편을 통해 권력을 잡아보자는 정략적 판단이라거나, 심지어 새누리당 개헌파에 대해서는 국정논란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술책이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사실여부를 떠나 개헌의 당위성에 공감하는 정치권이라면, 최소한 국민을 위한 협치를 약속했던 20대 국회라면 이러한 아전투구는 더 이상 보여서는 안 된다. 여야가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일은 상대를 인정하고, 개헌논의를 공론화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개헌시기는 그 다음이다. 설령 대선 전 개헌 추진이 무산되고, 각 주자들의 공약으로 대체된다 해도, 국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지금은 치열하게 공론화하는 게 골든 타임에 해야 할 정치인들의 숙제다.

송충원 서울지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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