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병존(主客幷存)`이란 말이 있다. 중국의 10대 병서 `당리문대(唐李問對)`에 나오는 병법 중 하나로 "공격 속에 수비가 있고, 수비 속에 공격이 담겨 있다"는 의미다. 공·수를 하나로 묶은 주객병존의 개념은 전쟁의 이치를 꿰뚫는 병법의 정수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오늘날, 주객병존의 묘리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이 지식재산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이라는 현대의 새로운 전장(戰場)에서, 지식재산은 독점적 이익을 보장해주는 창인 동시에 다른 경쟁자로부터 몸을 지키는 방패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중소기업은 시장이란 전쟁터에서 이기기 위해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의 국제특허 출원 건수는 미국, 일본,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5위다. 또한 2015년에는 국내 중소기업의 특허출원 건수가 대기업의 출원 건수를 앞지르는 등 지식재산에 대한 기업의 관심도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 만족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의 `우리 기업 해외 지재권 분쟁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재권 분쟁 경험이 있는 기업 중 71.3%가 중소·벤처 기업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90%는 지식재산 전담조직·인력이 없다. 아직 우리 중소기업은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공감해도 소극적 방어 수단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권리화하면 특허를 비롯한 지재권에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지만, 이는 절반의 방어에 불과하다. 아무리 강하고 좋은 특허라도 특허 하나만으론 시장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특허맵을 통해 자신에게 부족한 공백기술을 찾아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이를 촘촘한 특허망으로 구축해야 한다. 또한 다수의 상대방과 특허풀(Pool)을 구성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특허를 매입해 미래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식재산은 상대 시장을 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2000년대 LG가 PDP 사업에 첫 진출 했을 때, PDP 특허를 선점한 파나소닉은 판매액의 10%를 사용료로 요구했다. LG는 DVD 산업에서 자신이 가진 특허를 무기로 파나소닉에 맞대응했고, 결국 파나소닉은 PDP-DVD 간 무료 크로스 라이선스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2002년 PDP 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일본이, 불과 3년 만에 1위를 내주게 된 계기였다.

이는 기업 경영의 시각에서 지식재산을 다양하게 접근·활용한 결과다. 특허청도 매년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지식재산 경영진단 및 경영인증을 지원하고, 지식재산 경영 성과가 우수한 기업을 시상해 중소기업의 경영전략과 지식재산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힘쓰고 있다.

공격 속에 수비가 있고, 수비 속에 공격이 담겨 있기에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생각된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지식재산 경영으로 무장한 우리 중소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승전보를 울리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대 특허청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