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 자신의 마음가짐 중요 어지러운 시기 또한 발전 과정 '국가의 주인' 국민 깨어있어야

18세기 말에 태어난 추사 김정희 선생은 젊은 시절 주위에서 명필이라고 추앙받으며 유명세를 탔다. "글 한쪽 써 달라" 혹은 제자들이 "체본을 써 달라" 요청하면 자신의 명필을 자랑하고 싶어 막 써 주었는데, 세월이 가고 어느 날 자신의 글씨를 돌아보니 남들에게 써 주었던 글이 너무 부끄러웠다 한다.

그래서 글씨를 써 주었던 집들을 찾아 다니며 돌려 달라고 했다. 또 제자들이 글씨 한 폭을 부탁하면 "먹을 갈아라"하고는 그 먹이 그릇에서 하루가 지나면 "먹 쉬었다"하고 버리고 다시 갈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말년에는 글을 잘 쓰지 않았고, 주위에서 "왜 글을 잘 쓰지 않느냐"고 물으면 "나는 기호선인(騎虎仙人)"이라고 답했다.

기호선인이라는 말이 탄생한 배경은 이렇다. 동네 선비 한명이 뒷산에서 호랑이를 만나자 놀라서 엉겁결에 길 밑으로 피했다. 그런데 호랑이도 사람을 보고 놀라게 됐고 뛰기 시작했다. 선비는 죽지 않으려고 호랑이의 목덜미를 꽉 움켜쥐고 호랑이 등에 붙었다. 동네 앞뜰을 향해 뛰는 호랑이를 일 하던 동네 사람들이 보니 호랑이 등에 아무개 선비가 타고 있지 않은가. 졸지에 호랑이 타고 다니는 신선이 된 것이다.

추사 선생이 기호선인을 인용한 것은 남들이 자신을 명필이라 부르니 정말로 명필인줄 착각하고 행세했다는 의미이다. 이는 어쩌면 우리들에게도 해당 된다고 생각 한다. 남들보다 조금 더 가졌거나, 조금 더 지위가 높다고 타인을 얕잡아 보지는 않는지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오래 전에 나는 작은 일을 하나 목격하면서 애국이 무엇인지 느끼게 한 일이 있었다. 고물상 마당에서 빈 병을 씻는 아주머니들을 보았는데 그 아주머니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병속에 담배꽁초가 들어가 있는 것이었다. 담배 냄새가 지독해서 자주 물을 갈아야 하기 때문이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 행태가 꼭 소주병에 담배꽁초를 집어넣고 나서 다시 침이나 가래를 뱉어 넣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처럼 술을 많이 먹는 국민도 없다, 오늘 하루도 그 많은 술 병속에 담배꽁초들이 들어갈 것이다

작은 일이지만 병속에 담배꽁초를 넣지 않는 것도 애국이라 생각 해 본다. 휴지 하나 아무 곳에 버리지 않고 제 곳에 버린다면 국토가 그 만큼 깨끗하고 청정한 공간을 우리 인간에게 돌려 줄 것이다. 맑은 공기와 물 환경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있는 것이다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우리를 빨리 병들어 죽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태조 이성계와 같이 조선을 개국한 공신 중에는 도응이라는 장군이 있었다. 사람을 많이 해쳐서 항상 마음이 두려워서 유명한 선사를 찾아 갔다. 도응은 선사에게 "저승에 가면 지옥이 있다는데 정말 지옥이 있소"라고 물었다. 하지만 그 선사는 도응에게 차 한 잔 주지 않고 자신의 찻잔에 물만 계속 부었고 결국 물이 넘쳐흘렀다. 화가 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던 도응은 문지방에 머리를 세게 부딪혔고, 도로 들어와서 허리에 찬칼을 뽑아들고 선사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땡 중의 목을 쳐 버리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무 말 없던 선사가 입을 열었다. "장군은 지금 지옥을 구경했소, 당신의 지금 그 모습이 지옥 중에 화탕지옥이요." 이후 도응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평생 선행하며 살았다 한다.

부처님도 지옥 천당이 내 마음에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현실에 있는 것을 왜 내 생에 결부 시키는가, 현세가 바로 내생인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 나라가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살기가 어느 한 곳 힘들지 않은 곳이 없다. 이럴 때 일수록 모두가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사는 것이 나라를 위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길이라 생각한다. 정치 지도자들이 나랏돈 다 해 먹는다 싶으니 허탈하고 일을 하고 싶은 의욕이 나지 않는다. 분개심이 일어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대한민국은 자꾸 발전해 갈 것이다. 국민은 주인이니까, 이럴 때 일수록 국민이 눈을 뜨고 깨어 있으면 정치도 자꾸 발전해 갈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이 위대 하다는 것은 세계가 알고 있으니 말이다.

평생 동안 쌓은 명예가 국민 앞에 하루 아침에 추한 모습으로 떨어지고 마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조금 더 나라를 위해서 정치를 했다면 국민에게 얼마나 존경을 받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중하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계룡산 신원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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