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별중의 별' 신성시 밤하늘 보며 '우주의 신비' 만끽 사회 바로잡는 원동력으로 삼길

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요즘 광장에 나가는 일이 많아졌다. 이 추운 겨울에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밝게 빛나는 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가 남쪽 하늘에 떠 있다. 태양보다 2배 정도 크고 더 뜨거워서 20배나 밝은 이 별은 인류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1년이라는 시간 개념을 주었던 것이다. 나일강이 범람할 때마다 새벽에 매우 밝은 별이 떠오는 것을 보고 1년의 주기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계절 변화가 거의 없는 이집트에서 1년의 개념이 발생하였던 것은 역설적이다. 가장 밝으면서 홍수의 상징이 된 이 별은 이집트에서 별 중의 별로 신성시되었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이 별을 `천랑성(하늘의 늑대별)`이라고 칭하는데, 묘하게도 서양의 별자리에서 이 시리우스는 큰개자리에 속한다. 동양과 서양에서 똑같이 개를 연상하는 것이 신기하다.

시리우스는 밝은 별의 옆에 작은 별이 하나 더 있는 것을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다. 이 두 별은 서로 지구와 태양 거리의 20배(태양과 천왕성 간의 거리) 떨어져 있는데 50년의 주기로 서로 돌고 있다. 별 두 개가 같이 있는 것을 쌍성이라고 하는데, 우리 은하에는 홀로 있는 별보다도 쌍성이 더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 쌍성을 관측하면 이 별들의 물리량을 알 수 있다. 그 밝기가 변하는 추이를 관측한 광도곡선과 파장별로 나누어 보는 분광선, 분광선의 시간에 따른 변화 추이와 속도를 도플러 효과들을 파악하면 각 별의 크기와 질량, 화학적 구성성분과 공전 주기, 별 사이의 거리 등을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쌍성의 주위를 도는 행성은 한 개의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와는 전혀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쌍성은 두 별이 서로 맞물려 회전하는데, 그 주위를 행성이 공전하는 것이다. 그 행성에서는 두 개의 해가 서로 회전하며 떴다가 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만일 그 행성에 고등생명체가 있다면, 아마도 그들은 우리와 다른 숫자 체계와 수학 방식으로 우주를 이해할 것 같다.

겨울 밤하늘에는 이 외에도 차가운 대기를 뚫고 영롱하게 빛나는 밝은 별들이 많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시리우스의 오른쪽 위에 있는 오리온 별자리에 있는 별들이다. 오리온자리는 찬란히 빛나는 별들만 많이 있는 것이 아니고, 아름다운 성운들이 펼쳐져 있다. 오리온의 허리에 걸쳐 있는 별 3개로 이루어진 삼태성 중에서 맨 왼쪽에 있는 별의 바로 아래에 말머리성운이 있다. 망원경으로 보면 말의 머리 모양을 한 예쁜 성운을 볼 수 있다. 분홍색 배경의 분자 구름 앞에 암흑 성운이 마치 말의 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구성 성분은 거의 대부분이 수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성운의 크기는 3.5광년 정도 되는 데 지구로부터 1500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삼태성의 바로 아래에 또 다른 어두운 별 3개가 나란히 보인다. 이 중 맨 아래에 있는 것은 별이 아니고 성운이다. 이름은 오리온 대성운이라고 하는 데, 말머리성운과 비슷하게 1600광년 떨어져 있으며 크기는 33광년에 이른다. 붉은 색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구성 성분은 수소가 모인 구름이다. 이 구름 안에서 중력에 의해 수소가 많이 모이면 어린 별들이 만들어진다.

오리온 자리에는 M78 성운도 있는데 마찬가지로 수소 구름들이 뭉쳐서 새로운 별들을 만들어 낸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어린 별들은 태양과 같은 청년의 별로 진화할 것이다. M78이란 이름은 성운·성단·은하를 수록한 메시아 목록에서 78번째로 수록된 성운임을 뜻하는 것으로서, 메시아는 이 목록을 만든 18세기 프랑스 천문학자의 이름이다. 나이가 40억 년인 태양은 앞으로 60억 년 동안 수소를 핵융합하여 헬륨으로 바꾸고 나면 불안정하게 커지는 거성을 거쳐 노년기가 될 것이다.

광장에서 7시 정각에 촛불을 끄는 1분간,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주의 신비를 느끼면 어떨까.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어지러운 사회를 바로잡는 원동력으로 삼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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