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공사중인 미완의 도시 세종시 2030년쯤 세계적 명품도시 완공 예정 국토균형발전 등 본질 잊어서는 안돼

은현탁 세종취재본부장
은현탁 세종취재본부장
세종시로 불리는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아직 목표의 30-40%밖에 건설되지 않은 미완의 도시다.

어느 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없던 도로가 생겨난다. 한창 기반공사를 할 때는 매일 도로가 바뀌다 보니 내비게이션으로도 길 찾기가 어려웠다.

허허벌판에 정부청사가 들어서고 금강 여기저기를 가로질러 교량이 건설됐다. 모든 것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인구나 건축물, 주택공급, 출산율, 공무원 비율 등 통계 수치의 변화만 봐도 놀랍다.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세종시의 인구는 한 달 새 수천 명씩 증가하고 있고 세종시청 현관에 설치된 인구 전광판의 수치는 빠르게 돌아간다. 세종시는 이주자들에게는 새로운 삶의 터전이요, 건설업체나 새로운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회의 땅 이기도 한다.

행복도시는 세계 최초의 환상형 도시로 총사업비 22조 5000억 원을 투입, 2030년까지 인구 50만의 도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5년까지 중앙행정기관 이전, 도시 인프라 구축 등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됐고 2020년까지 도시의 자족기능 확충을 위한 2단계 사업이 진행된다.

2016년 10월 말까지 총리실 등 40개 중앙부처와 소속기관의 공무원 1만 5000명이 이주했다. 세종시 인구는 어느 새 24만 명을 넘겼으며 세종의 신도심 인구는 15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행복도시건설청이 지향하는 행복도시는 세계적인 명품도시다. 관공서들은 설계공모와 기술제안공모를 통해 건축해 과거의 딱딱하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유연하고 부드러워졌다.

정부세종청사는 호주의 건축가 피터 드로게(Peter Droge)로 부터 유네스코에 등재될 만한 건물이라는 호평을 받았으며, 국립세종도서관은 3차원 곡선으로 책의 이미지를 표현해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건축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제21대 대통령까지의 국정기록과 통치기록을 보관할 대통령 기록관은 국새보관함을 디자인모티브로 활용했고 세종시청사는 금강의 물살을 헤쳐 나가는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배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행복도시에선 공동주택도 설계공모를 통해 끊임없이 진화해 성냥갑 같은 획일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게 된다. 2018년에는 `세종의 강남`으로 불리는 2-1생활권에 개선문 아파트가 등장할 예정이다.

행복도시는 건설적인 측면이나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소의 진통과 잡음이 있긴 하지만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도시 완성 시점인 2030년쯤이면 세계 어디를 내놔도 손색없을 명품도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쯤해서 행복도시를 건설해야만 하는 진정한 이유를 다시 한번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자칫 도시의 건설적, 기술적인 측면만 부각되면 행복도시 건설의 본질이 흐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명품도시를 만들기 위한 염원으로 행복도시가 탄생한 것은 분명 아니다. 행복도시는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대명제를 안고 출발했다. 명품도시는 부수적인 이야기 일 수 있다. 행복도시가 국토의 가운데 위치한 것도 따지고 보면 국토의 균형발전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시민들도 행복도시의 화려한 무늬만 보고 만족해서는 안된다. 행복도시는 중앙행정기관 대부분이 옮겨 왔지만 부처별 주요 업무는 여전히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세종청사의 8개 부처 4급 이상 간부들은 매주 1-2회 국회와 청와대 업무를 위해 서울로 올라간다. 이는 국회나 청와대가 서울에 남아 있으면 중앙부처 만으로는 세종 중심의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는 반증이다.

행복도시 건설이 초기단계를 지나 성숙단계에 들어 갔다는데 아쉽게도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오히려 `충청권 특혜론`을 주창하거나 행정 비효율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중심, 국회 중심,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이 지속된다면 행복도시 건설의 본질은 흐려질 수 밖에 없다. 거듭 말하지만 행복도시의 완성은 명품도시 조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도시는 국토균형발전, 지방분권 등 시대적인 소명을 안고 출범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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