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택 대전시립연정국악원장
이우택 대전시립연정국악원장
얼마 전 절찬리에 종영한 KBS의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박보검이 연기한 이영이라는 인물이 우리 국악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효명세자라는 것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효명세자는 조선 제23대 임금인 순조와 순원왕후의 맏아들로 1809년(순조 9년)에 태어나 3세에 왕세자에 책봉되었다. 왕권을 강화하려는 순조의 염원과 기대를 받고 대리청정을 했던 효명세자는 3년 3개월 동안 왕권 회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궁중연향과 춤을 통해 전달하는 예악정치를 펼쳤던 인물로서 19세기 초를 `궁중정재의 황금기`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통무용은 사용하는 장르와 분야별로 각기 다르게 불린다. 정재(呈才)는 궁중 연례나 연향에 사용되었던 춤을 이르는 용어이다. 궁중 제례악(종묘제례악, 문묘제례악)에 사용되는 무용은 일무(佾舞)라 부르고, 불교의식에 사용되는 무용은 작법(作法)이라 불리는 것과 구별된다.

효명세자는 53종의 궁중정재 중 26종의 정재를 직접 만들고 재창작하였을 뿐 아니라 정재를 새롭게 양식화하고 정비하여 조선정재의 절정기를 이루게 한 인물이다. 11차례의 크고 작은 연향들을 주최하며 이에 쓰이는 악장과 치사, 전문과 정재를 직접 창작했을 뿐 아니라 연향에 시행될 춤을 정비, 확충하고, 연향을 관장했다.

특히 효명세자는 1828년(순조 28년) 어머니 순원왕후의 4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경복궁과 창덕궁에서 각각 마련한 궁중잔치에 `영지무`, `망선문`, `연화무`, `춘대옥촉` 공연을 처음 선보였다. 20여 종의 향악정재(춘앵전, 심향춘, 보상무, 첩승무, 향령무, 고구려무, 박접무, 춘광호, 공막무, 가인전목단, 무산향, 헌천화, 춘대옥촉, 영지무, 망선문, 경풍노, 연화무, 만수무, 아박무, 사선무 등)가 연주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건 단연 춘앵전(춘앵무)로 봄 날 꾀꼬리의 움직임을 보고 만들었다고 전해온다. 꾀고리의 꼬리깃처럼 노란 원삼을 입고 추는, 정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춤이다. 전통무용의 미학적 핵심을 정중동(靜中動)이라고 부른다. 느릿하지만 그 안에 커다란 움직임이 살아 움직이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정재는 우리 국악원 공연에서도 자주 연주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공연장에 직접 오셔서 아름다운 춤사위를 감상해 보시길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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