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술집이나 카페에 모여 정부를 비판하고 나라의 앞날을 걱정한다. 귀족 계급은 특권을 누린다. 법무에 종사하는 법조 귀족이 대표적이고 대부분의 상류귀족은 정권에 빌붙어 나태한 생활을 보낸다. 인구의 2% 정도밖에 안 되는 귀족은 면세 등 혜택을 누리면서, 주요 권력과 부를 독점한다. 미국을 지원한 과도한 군사비, 향락 등으로 정부는 재정궁핍에 빠지고 평민에게 부과되는 세금은 점점 무거워진다. 결국 시민들은 시청 광장으로 뛰쳐나와 불평등한 사회체제에 저항하는 혁명을 일으킨다.

1789년 프랑스 파리의 풍경이다.

요즘 한국사회를 바라볼 때 데자뷰가 느껴지는 이유는 권력 구조의 유사성 때문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absolute power absolutely corrupts)." 19세기 영국의 정치인, 역사가 존 달버그의 말이다.

프랑스 혁명에 불을 당겼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 있다. 잔느 드 라 모트라는 사기꾼이다. 이 여인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이름을 팔아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기 사건을 일으켰다. 지금 가치로 2000억원이 넘는 목걸이를 둘러싼 이 사기극은 시민들에게 왕비가 사치를 해 국가재정 위기를 몰고 왔다는 인식을 퍼뜨렸고 왕비가 단두대에 오르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이유 중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제왕적 통치 스타일이다. 박 대통령은 토론보다는 지시를 좋아했다. 반대 의견을 듣기 싫어했다. 기자회견과 대국민담화에서도 자신이 할 말만 던져놓고 기자들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게 나라냐"며 탄식하는 지인들에게 세계 민주주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위로를 건넨다. "우리 민주주의 역사는 광복 이후 70년에 불과하다고!"

박근혜 정부가 꿈꿨던 `제국의 역습`이 막을 내리고 있다. 제왕제는 낡은 방식이다. 집단지성이 힘을 발휘하는 현대사회와 맞지 않는다. 컴퓨터는 바둑에서 인간을 이기지 못하지만 2000개에 가까운 컴퓨터들과 소통한 알파고는 인간을 이긴다. 국정농단의 실상이 외신들에 보도되면서 부끄러워 하는 국민들이 많다. 그러나 성숙된 민주시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200만명이 만들어낸 평화적 집회는 세계 각국에 더 큰 울림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민 취재2부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