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에 아내를 숨지게 한 남편이 법원으로부터 잇따라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등법원 제1 형사부(윤승은 재판장)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모(72)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이 선고한 징역 13년을 유지했다고 8일 밝혔다.

박 씨는 지난 6월 3일 대전 대덕구의 자택에서 아내가 자신을 정신병원 입원시킨 사이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마음대로 썼다고 주장하며 말다툼을 벌이다, 화가 나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유족이 박 씨를 용서할 수 없다며 처벌을 원하고 있어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 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에 박 씨는 사건 당시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심신장애의 상태였고,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박 씨는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의 범행 동기·과정 들을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밝혔고, 검찰에서 술을 평소보다 더 마시기는 했어도 더 취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며 "사람의 생명은 한 번 잃으면 다시 되찾을 수 없고, 유족들의 정신적 고통 등을 고려할 때 형이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또 같은 재판부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78)씨의 항소도 기각하고, 징역 3년인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김 씨는 지난 5월 8일 충남 태안군의 자택에서 아내가 휴대전화를 꺼놓고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하던 중 나무로 된 효자손으로 아내를 폭행했고, 다음날 저녁부터 이튿날 아침까지 병원진료를 거부하는 피해자의 행동에 화가 나 고추지지대를 이용해 얼굴, 팔, 다리 등을 폭행해 외상성 쇼크로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자신의 처를 때려 상해를 가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가족이 김 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점 고령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1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고귀한 생명을 뺏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만큼 여러 가지 유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형사책임 피할 도리가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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