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구 수경 350만원 쾌척

정부대전청사 경비대에서 근무하는 이현구(23·왼쪽 3번째) 수경이 봉급 350만원을 소아암 환자에게 기부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지방경찰청 제공
정부대전청사 경비대에서 근무하는 이현구(23·왼쪽 3번째) 수경이 봉급 350만원을 소아암 환자에게 기부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지방경찰청 제공
"제가 좋자고 한 일인데 이렇게 관심을 받게 될 줄은 몰랐네요. 아이가 수술 잘 받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소아암 환자 기부를 통해 정부대전청사경비대 `기부천사`라는 닉네임을 얻은 이현구(23) 수경은 8일 멋쩍은 듯 웃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는 그저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 수경은 지난달 말 대학 등록금으로 쓰기 위해 모았던 봉급 350만 원을 소아암 환자에게 기부했다. 의경으로 복무하며 꾸준히 모은 `전 재산`이었던 만큼, 이를 모두 기부하겠다고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 수경은 "사실 정말로 어려운 결정이었다. 대학생인데다가 등록금으로 쓰려던 돈이었기 때문이다. 매우 큰 돈인 만큼 정말 많이 망설였다"며 "기부를 하기 전에도 망설였지만, 기부를 마친 뒤에도 내가 잘한 건지 의문이 계속 들었다. 하지만 7일 외출 때 아이의 얼굴을 직접 보고 나니 내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실 이 수경의 나눔 활동은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시작됐다. 지난해 5월 의경으로 입대한 후 막내생활을 하며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것을 느꼈던 그는 의경 봉급의 10%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하기 시작했다. 비록 큰 돈은 아니었지만 자신감을 회복하며 생활에 활력이 돌기 시작하자 군생활 역시 순조로워졌다. 덕분에 이 수경은 71주년 경찰의 날인 지난 10월 21일, 대전지방경찰청장상까지 수상할 정도로 `멋진 의경`이 됐다.

그의 나눔은 단순한 기부 활동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정기 외출 때마다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 평소 어린이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덕분인지 그는 전역 이후 멘토링 봉사활동을 하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동 대상 멘토링 봉사활동을 찾기 위해 인터넷으로 관련 내용을 검색하던 이 수경은 우연히 안구에 암세포가 전이된 6살짜리 아이의 소식을 접했다. 아이는 한쪽 눈이 이미 실명됐고, 다른 쪽 눈까지 암세포가 전이된 상태였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지나쳤지만 아이의 사연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자 그는 큰 고민에 빠지게 된다. 등록금으로 쓰려고 모아둔 봉급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의경으로 복무하는 동안 전혀 건들지 않았던 봉급을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전역까지는 아직 2개월이나 남았지만, 그 2개월분의 봉급도 가불해 지난달 말 아이의 수술비로 전액 기부했다. 아이는 곧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이 수경은 아이가 수술을 잘 받고 건강하게 자라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수경은 "그냥 아이가 수술을 잘 받고 회복되면 좋겠다. `아이에게 힘이 됐다`는 구실로 마치 키우는 사람인 것처럼 간섭하고 싶지 않다"며 "수술을 잘 받고 잘 회복하길 바란다.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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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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