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어느날 … 아이와 일상이 송두리째 사라졌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참으로 무섭다. 아니, 오히려 평소 알던 사람이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 더욱 두려운 일일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변화보다 더욱 두려운 것은, 어쩌면 자신이 몰랐던 다른 이의 실체와 마주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물론 새롭게 알게 된 그 사람의 실체가 `진국`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감정을 숨기고 사는 요즘 같은 세태라면 한 사람에 대한 앎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한 길 사람 속을 아는 것이 불가능 한 탓이다.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는 사람의 실체에 관한 이야기다. 지선(엄지원)은 이혼을 한 뒤 육아뿐만 아니라 생계까지 혼자서 책임져야만 한다. 어쩔 수 없이 보모가 있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자신의 아이를 헌신적으로 돌봐주는 보모 한매(공효진)가 있다. 한매는 마치 지선의 딸이 자신의 딸인 것처럼 여기고 예뻐해 준다. 바쁜 워킹맘인 그녀에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지선은 한매와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아무리 찾아도 딸은 없다. 그녀는 다소 늦었지만 경찰과 가족들에게 딸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린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양육권 소송이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녀가 소송에서 승소하려 자작극을 벌이는 것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아무도 믿을 수 없고, 또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 결국 그녀는 혼자서 한매와 딸의 행적을 추적한다. 그 와중에 자신의 집 앞에서 서성대는 정체 불명의 남자와 마주친다. 주변 사람들 역시 이상한 증언을 하기 바쁘다. 그녀가 알게 된 한매라는 사람의 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한매의 실체와 가까워질 수록, 지선은 자신이 알고 있던 정보가 모두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윽고 마주한 진실은 그녀에게 큰 충격을 주고야 만다.

최근 블록버스터 영화가 계속해서 개봉하며 다소 밀린 느낌이 없지 않아 있던 영화다. 마법사들이 등장하거나 세계급 재앙이 닥친 영화가 대세인 상황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씽은 이 같은 대형 영화들과는 다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그저 눈 앞에 보이는 비주얼에 주안점을 두지 않고 사람의 내면, 그리고 우리 사회의 이면을 보다 깊숙하게 그려낸 덕분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재미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촘촘한 구성을 바탕으로 하는 시나리오는 사건의 추적 과정을 매우 짜임새 있게 그려냈다. 액션영화가 아님에도 하나 둘씩 밝혀지는 사실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는 단순히 `유괴`라는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은 덕분이다. 아이가 사라졌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의 파급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연성을 절대 놓치지 않아 설득력도 매우 강하다. 단순한 유괴 사건을 그린 영화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연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미 검증된 두 여배우는 아이를 잃은 어머니와 속을 알기 어려운 보모로 완벽히 탈바꿈했다. 특히 최근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강세를 보이던 공효진의 연기 변신은 매우 반갑다. 그녀가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기 전, 스크린에서 선 굵은 역할을 수 차례 맡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그녀의 역할과 모습에 `편견`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다. 아니, 오히려 사람과 사람이 모인 `사회`의 이야기다. 사람의 이면, 그리고 사회의 이면은 생각보다 어둡다. 그 이면을 들여다 볼 수록 어둠은 더욱 자신을 괴롭힐 지도 모른다. 하지만 들여다 본다는 용기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 어둠을 포용하거나 맞설 때 우리는 진정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희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전희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