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사는 것의 생물학

생물 생존을 위한 기본 조건 중 하나는 먹어야 산다는 것이다. 식물이나 일부 세균, 조류(藻類) 등 스스로 유기물질을 만들어 내는 생명체를 제외하면 먹는 것과 무관한 존재는 없다고 봐야 한다. 단세포 생명이 인간으로 진화하는 모든 과정에도 먹는 행위가 관여하고 있다. 책은 먹는 행위에 관여하는 소화기관을 통해 생명현상과 기원, 생물체의 진화 과정까지 들여다 본다.

먹는 행위는 인간, 혹은 모든 생명체에게 필수 불가결한 행동이다. 이 행동은 필연적으로 `소화과정`이 동반된다. 소화를 가능케 하는 소화기관의 발달은 보다 복잡하고 정교하게 진화됐지만, 결국 단세포든 인간이든 먹고 소화한다는 프로세스는 동일하다.

이 같은 소화 프로세스는 세포가 하나일 때부터 시작됐다. 단세포 생물이라도 먹을 것은 외부에서 조달해야 했기 때문이다. 얇은 세포막으로 싸인 아메바 역시 세포 안에서 먹이의 섭취, 소화, 흡수, 배설 과정이 모두 이뤄진다. 세포 내 소화이다.

어쩌면 소화 과정은 음식물을 잘게 쪼개 섭취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활동을 총칭하는 것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먹지 못하는 것은 몸 밖으로 나간다. 단세포인 아메바나 인간이나 세포 차원에서 바라보면 살아가는 방식은 결국 동일하다.

물론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진화의 과정은 다양한 원인과 방법에 따라 이뤄졌지만, 책은 단세포가 분화해 현재의 다양한 종으로 진화하기까지의 과정에 `소화`가 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생명의 역사, 이 길고 긴 과정 안에서 소화기관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 하지만 지은이는 동물 진화의 역사는 `세포 내 소화`에서 `세포 밖 소화`로 변하는 과정에 따른다고 보고 있다. 흔히 지나칠 수 있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먹는 일, 이 평범한 일이 자연과 생명의 법칙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책은 말하고 있다. 전희진 기자

김홍표 지음 / 궁리 / 388쪽 / 2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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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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