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술의전당 바흐 무반주 컬렉션 프로젝트 리뷰

우리에게 고전으로 남아있는 클래식 서양음악사는 도전의 역사이다. 작곡가들은 끊임없이 과거 음악가들의 작품을 딛고 일어서 역사에 남을 걸작에 도전한다. 작품이 독창적이고 미적 가치가 뛰어날수록 그 의미를 온전히 해석하고자 하는 연주자들의 도전적 욕망 또한 강렬해진다. 피아니스트 임동혁,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이 세 사람은 2016 대전예술의전당 바흐 무반주 컬렉션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인공들이자 바흐(J. S. Bach)라는 거대한 산을 넘은 도전자들이다.

중세부터 발전한 대위법이론이 집대성된 바로크 음악의 결정체가 바로 바흐 음악이다. 그렇기에 바흐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곧 수평적인 선율과 수직적인 화성이라는 서양음악의 본질적 개념을 꿰뚫고 바라보고 있음을 뜻한다. 기본적으로 선율악기인 현악기에서 화성적 개념을 실현시킨다는 아이디어는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선율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고전 낭만시기 음악과 달리 단순한 동기에서 반복과 변형을 조합해 복잡한 선율과 화성이 만들어지는 바흐 음악은 가장 심오한 분석과 연주능력을 요구한다.

임동혁은 한없이 맑은 소리와 격렬한 울림이 공존한 샤콘느, 또렷하고 개성있는 자신만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통해 세 연주자 중 음악적으로 가장 완성도 높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엄격하지만 자유로운 바로크적 음향이 구체화된 연주였다.

조진주의 바이올린 음색은 따뜻하고 단아했다. 낭만적인 기교를 통해 연주를 화려하게 돋보이고자 하는 과장이 없었다. 6곡의 소나타를 끝까지 우직하게 완주한 조진주의 노력이 무대에서 빛났다. 품격 있고 귀족적인 바로크 첼로 모음곡의 울림은 이상 엔더스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연주를 들려준 부분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깊이 있는 해석을 통해 이상 엔더스만이 낼 수 있는 기품 있는 소리로 최선을 다해 연주를 마치는 모습에 감동은 배가 됐다.

바흐 무반주 컬렉션의 첫 무대에 선 임동혁, 조진주, 이상 엔더스. 이 세 연주자는 넘기 힘든 음악의 산을 넘었다. 그 산이 아무리 험할지라도 스스로를 독려하며 완주했다는 사실에 관객은 열광한다. 올 해 있었던 수많은 음악회 중 이보다 더 도전적인 음악회는 없었다. 연주자와 관객 모두에게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했다. 작품 뿐 아니라 연주 또한 과거를 넘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간다. 오지희(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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