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노후 발전소 다수 소형 원전 대체 수단 고려 국내 원자력산업 희소식

김학노 한국원자력연구원 전략사업부원장
김학노 한국원자력연구원 전략사업부원장
1950년대 미국, 구소련, 영국 등에서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시작할 때에는 대부분이 소형 원전이었으나 지난 반세기동안 경제성을 보다 향상시키기 위해 발전 용량을 증대시켜 왔다.

규모가 거대함은 물론 하나의 망으로 연결된 선진 강국의 전력 수요에는 대형 원전의 경제성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전력망 규모가 작은 나라나 인구가 분산되어 있어 분산 전력망이 불가피한 나라에서는 경제성이 좋다는 매력만으로 대형 원전을 도입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존의 대형 원전 일변도의 세계 원전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등장한 소형 원전이 향후 세계 원전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영중인 화력, 수력, 원자력발전소 12만 7000여 기의 용량을 살펴보면 96.5%가 300㎿e급 이하의 소형 발전소이다. 또한 소형 화력발전소의 약 4분의 1, 1만 8000여 기는 건설된 지 30년이 지난 노후 발전소이다. 환경공해 방지와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노후 소형 화력 발전소들은 조만간 새로운 발전소로 대체될 예정이며, 노후 소형 화력발전소의 대체 수단으로서 소형 원전이 고려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미국의 싱크탱크는 물론 국제원자력기구 등에서도 소형원자로의 시장 수요를 밝게 전망하고 있다. 이의 여파로 미국, 러시아, 아르헨티나, 중국 등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들도 소형원자로의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현재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소형원자로는 안전성에 대한 일반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여 일체형 구조를 갖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대형 원전의 배관을 없애는 대신에 원자로 압력용기 내에 증기발생기, 1차냉각재펌프, 가압기 등을 설치하거나 플랜지로 연결하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에 걸친 우리나라의 경제 개발 역사에서 과학기술의 기여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 주도로 100㎿e급 소형 일체형 원자로인 스마트(SMART)의 개발에 착수해 2012년 7월 4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함으로써 SMART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SMART 원전은 대형 상용 원전 발전 규모의 10분의 1 수준이다. 비록 규모의 경제성 측면에서 대형 원전에 비하여 전력생산 단가가 높지만, 안전성이 높다는 매력 이외에도 낮은 초기 투자비, 건설기간 단축, 수요 대비 탄력적 증설 가능성 등 또한 시장을 충분히 유인할 수 있는 마력 또한 빛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반대중의 원전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안전계통을 자연현상에 의해 작동되도록 완전피동계통으로 향상시키는 노력과 함께 세계 시장 창출을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3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첫 호기 건설을 통한 공동 상용화를 추진하는 양국 정부 간 SMART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해 SMART의 상용화 길을 개척하고 있다. 정부 간 협약의 후속 조치로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5년 9월 사우디와 SMART 건설전 설계(PPE:Pre-Project Engineering)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PPE사업은 사우디 부지요건을 적용해 SMART원전에 대한 첫 호기 공학설계(First Of A Kind Engineering Design) 추진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SMART PPE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전력기술, 포스코건설, 두산중공업, 한전원자력연료 등의 기술자들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소형 원전의 세계 시장을 선도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SMART PPE 사업 추진에 매진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의 SMART 원전 수출을 통해 국가 위상 제고는 물론, 실추된 국내 원자력계의 신뢰를 회복하고 더 나아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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