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어미가 새끼들을 혀로 핥아주면서 잘 돌봐주고 있었으나 아비가 문제였다.

이든은 그래서 부자를 영접시키기로 했다. 우리의 중간에 있는 칸막이 철망을 가려 놓은 검은 천을 치워버렸다. 그래도 철망으로 갈라져 있었으나 사자 어미와 새끼들은 아비인 범을 보게 되었다.

아비인 범은 자기 새끼들을 보고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사자 어미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혹시나 아비가 새끼들을 해치는 일이 없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범 아비의 눈빛이 부드러웠으며 놈은 우리를 양분하고 있는 철망에 대가리를 붙여 무사히 새끼를 낳은 마누라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다가온 마누라의 몸을 핥아주었다.

"여보 아이를 낳는데 얼마나 고생했소."

범은 그렇게 몸짓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러자 사자의 암컷이 안심하고 새끼들을 데리고 왔다. 새끼의 아비는 역시 새끼들의 몸을 핥아주었다. 어느 동물들의 아비와 다름이 없었다.

이든은 얼마 동안 그들 범 아비와 어미 그리고 새끼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다가 결단을 내렸다. 우리를 가르고 있는 중간 철망의 문을 열어두기로 했다.

역시 먼저 행동을 한 것은 암컷이었다. 사자 암컷이 새끼를 데리고 수컷 범의 방에 들어갔다.

출산을 한 마누라와 새끼를 마중한 범이 크게 기뻐했다.

이제 영국 최초로 일어났던 아비 범과 어미사자의 교미가 성공했고 그들 간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서커스단에 영국의 동물학계 학자들과 동물원 관계자들이 와서 멀리서 범과 사자와 새끼들도 관찰하고 있었다.

영국의 신문들도 그들 부부와 새끼들의 사진을 크게 게재했다.

수백 수천 명의 시민들이 서커스단에 몰려들었다. 서커스단의 곡예를 구경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범과 사자 부부간에서 태어난 새끼들을 구경하려고 온 것이었다. 그래서 서커스단의 경영이 크게 좋아졌다.

이든은 계속 그들 범과 사자와 새끼들을 돌봐주고 있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 새끼들은 부모들의 품속에서 잘 자라나고 있었으며 열흘쯤이 되자 눈을 뜨고 있었다. 동그랗고 파란 눈동자였으며 구경하던 사람들이 모두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서커스단의 공모에 의해 그들 새끼들의 이름이 지어졌다. 타이언이었다.

타이언은 그 뒤에 영국의 어느 동물원에 옮겨져 런던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잘 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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