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학교에 여성혐오를 고발하는 대자보가 확산되고 있다. <본보 12월 1일자 7면 보도>

충남대 언론정보학과에 이어 경상대학에도 여성혐오 고발 대자보가 붙는 등 여혐 저격 대자보가 잇따라 게시되면서 대학가 전체로 여혐 행태 문제가 확산, 공론화되는 모양새다.

4일 충남대 경상대학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경상대학 입구 등에 `여자가 열심히 일 안 하니까 취직이 안되는거라던 경남이에게`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경남이는 여혐 발언 등을 한 `경상대학 남학우`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대자보의 `너`는 경남이의 대명사다.

대자보에는 "추운 겨울이 되니 여자가 회사에서 일 열심히 안하니까 취직 잘 안되는 거라고 욕하던 니가 생각나 편지를 쓴다"며 "그 말 여혐이라고 지적하니까 경남이 넌 엄마 좋아하고 여자친구 사랑하는데 어떻게 내가 여혐이냐고 부들부들거렸지"라며 `일상의 여성혐오` 사태를 따졌다.

여성을 나이로 비하한 발언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대자보엔 "지난 번 술자리에서 내 후배 봤을 때 몇 살인지 물어봤잖아. 삼학년이라고 하니까 `이제 삼학년이면 너도 꺾였네`했는데 그것도 여혐"이라며 "동아리 고학번 모임에서 왜 자꾸 여자 새내기 부르라고 하냐, 여자 없으니까 분위기 칙칙하다고 그것도 여혐"이라고 비판했다.

SNS 단체대화방에서 있었던 여성 비하 및 성희롱에 대해서도 고발했다.

대자보에 따르면 "너 들어가있는 경영학부 알탕 친구들이 남자단톡방에서 자기 여자친구 얘기하면서 성희롱한 거 다 봤다. 그 여자애 내 친구"라면서 여자친구를 음식에 빗대 성희롱한 발언을 상세히 알렸다. 그러면서 이어 "남톡방인 줄 알고 새터가서 새내기 XX싶다고 나 있는 톡방에서 그랬잖아. 이거 성희롱이고 범죄"라고 규탄했다.

마지막으로 "왜 여혐여혐하면서 그렇게 화냐있냐고 하는데 화낼 일 없이 살 수 있는 거 특권"이라며 "너 여자가 열심히 일 안해서 그런거라고 말하면서 학생회 애들이랑 일베할 때, 내가 글경론 피티만들고 대보도 다 짰다. 자꾸 여혐하면 다음엔 실명공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당 대자보를 작성한 이는 "경상대 내에서의 술자리 성추행, 남학우들의 성희롱 등 수많은 여성 혐오 사례를 봤지만 누구도 문제제기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공론화해 여혐 행동과 발언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취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대 학내에서도 잇따른 여혐 고발 대자보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재학생 김모(24·여)씨는 "여험은 남성과 동등한 성적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성희롱 발언 등은 모두가 여혐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 지 이해할 수 없고 좌시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학원생 우모(27·남·가수원동)씨는 "성희롱발언은 잘못됐지만 왜 여혐으로 귀결되는지는 잘 이해가 안간다"면서도 "대학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엔 동의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달 30일에는 충남대 사회대 언론정보학과에서 여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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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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