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패러다임 변화 전기 긍정적 측면만 집중 부각 문제 부작용 줄일 대책도 고심해야

오랜만에 일이 잘 풀리는 듯싶다. 추진력도 좋아 보이고, 과정도 원만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 대전에서 도시철도 2호선 기종으로 도입을 추진 중인 노면전철 (이하 트램) 얘기다. 사실 민선 6기 초기만 해도 트램 도입을 순탄하게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권선택 대전시장의 지방선거 공약인 트램에 대한 전임시장의 부정적 견해가 결정적 원인이었다. 고가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던 전임 시장과 견해를 함께 하는 이들이 강하게 트램을 반대했다. 이 때문에 도시철도 2호선 관련 토론에선 언제나 고가냐, 노면이냐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각각의 장단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가 충돌, `보이지 않는` 갈등만 빚어졌다. 이에 지역에선 기종 논란으로 자칫 도시철도 2호선이 `궤도`를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고개를 들었다.

우여곡절은 겪었지만, 현재 트램은 정상궤도에 올라 있다. 2025년 운행을 목표로 다양한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역 안팎의 교통 전문가로 구성된 포럼이 만들어 졌다. 국회에선 첫 입법화의 `결실`도 맺었다. 지금처럼만 하면 트램 건설은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될 것처럼 보인다. 이 같은 성과 이면에는 권 시장의 노력이 있다. 서울과 지역을 오가며 사실상 `트램 전도사`역할을 해냈다. 트램에 대전시의 모든 행정력을 집중한 것 같은 모습을 보이며, 성과 만들기에 올인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지역 안팎에선 대전의 트램 도입을 기정사실화 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과거 고가, 노면 등 건설기종을 둘러싼 지루했던 논란이 이제 종지부를 찍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트램은 국내 교통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자가용 중심에서 벗어나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 거듭날 전기로 평가 받고 있다. 대전시는 트램이 도입되면 현재 28%에 그치고 있는 대중교통 분담률이 높아 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버스, 도시철도, 자전거가 유기적 환승 체계를 구축해 보행이 편한 도시를 만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 이와 함께 대전은 도시재생, 교통약자 보호, 가로상권 형성 등의 트램 도입 효과가, 향후 지역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숨기지 않고 있다. 트램의 장점은 대전을 비롯해 경기도 성남시, 위례신도시, 수원시 등 전국 10여 개 지자체가 경쟁하 듯 도입에 나서는 이유로 꼽힌다.

트램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뭔가 개운치 않은 `뒷맛`도 있다. 장단에 대한 진단 없이, 장점만 부각된 것에 대한 우려다. 트램이 가져 올 수 있는 문제점, 부작용을 간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트램에 대한 장점 매몰은 예상치 못한 문제 발생 시, 해결책 마련 지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현재까지 제시됐던 도시철도 2호선 관련 논란을 반추할 때 트램이 장점 일색의 교통수단이 아니었다는 점은, `찝찝한` 뒷맛을 더욱 쓰게 한다.

사실 트램 도입을 앞두고 고민해야 할 부작용은 다양하다. 그 중 하나는 자가차량의 처리 문제이다. 트램이 운용되기 시작하면 도로 점유가 발생한다. 이는 현재 운행되는 자가용의 차로 잠식으로 이어 질 수 있다. 트램이 교통 체증의 `원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램 운행이 예정돼 있는 간선도로 중 일부가 상습 정체로 `몸살`을 앓는다는 점은 이 같은 우려를 더욱 키운다. 이 때문에 대전시민이 자가용을 줄여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와 함께 교통사고에 대한 우려도 가볍게 봐선 안될 문제이다. 트램은 버스, 자가용, 택시 등과 그 규모와 강도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자칫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 신호체계의 개선, 궤도로 인한 자동차 타이어와 노면간 마찰력 저하 등도 사고 발생 우려와 맥을 함께하고 있는 문제이다.

현재 상태라면 오는 2025년 대전에 트램이 다니게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지금 누구도 트램이 갖고올 문제점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사업을 추진하는 행정당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트램 도입이 갖고 올 `장밋빛 청사진`홍보에만 열을 올린다. 고가냐, 노면이냐의 논란이 불식됐으니, 이제는 침착함이 필요한 시기이다. 문제는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이에 대해 알려야 한다. 트램을 도입 한 뒤 문제가 생기면, 장점도 있으니 참으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 않나.

성희제 취재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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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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