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팔도유람]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 전주 남부시장 야시장·청년몰

쌀쌀한 날씨에도 전주 남부시장을 찾은 상인과 시민들의 모습이 분주하다.
쌀쌀한 날씨에도 전주 남부시장을 찾은 상인과 시민들의 모습이 분주하다.
전통시장이라고 하면 누군가에겐 할머니나 어머니 손을 잡고 따라나섰던 포근한 기억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불편하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를 수 있는 곳이다. 요즘은 야외에서 복작대는 전통시장보다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은 현실이다. 하지만 전주 남부시장의 모습은 기존의 전통시장과 조금 다르다. 금요일과 토요일 상인들이 점포를 하나둘 정리할 시간이 다가오면 기존에 전통시장을 찾던 세대뿐 아니라 어린아이부터 장년층까지 모든 세대가 하나 둘 모여든다. 이유는 바로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과 `청년몰` 때문이다.

전주를 찾는 대부분 관광객이 들르는 한옥마을은 그곳 자체를 거닐며 돌아다녀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한복을 빌려 입고 거리 곳곳을 누비는 관광객들은 저마다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이곳 저곳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영화 촬영지로 유명해진 전동성당을 둘러보는 것도 좋고 오목대에 올라 한옥마을의 전경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숙박을 고민한다면 한옥으로 지어진 게스트 하우스에서 숙박하는 것도 추천할 만 하다.

한옥마을은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맛의 고장 전주를 느껴볼 수 있는 한정식과 비빔밥, 콩나물국밥 등이 관광객의 입맛을 돋운다. 크고 작은 공방과 카페들을 둘러보는 것도 즐겁다. 최근에는 한옥마을 외에 찾아가봐야 할 곳이 늘었다. 몇 해 전부터 `낮에는 한옥마을, 밤에는 남부시장`이라고 할 만큼 한옥마을과 5분 거리에 위치한 전주 남부시장은 전주 관광의 필수코스로 자리잡았다.

전주 남부시장만큼 전통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시장이 있을까? 전주는 장문(場門)의 발상지(1473년)로 남부시장은 조선 중기 때부터 전주성 남문 바깥에 섰던 남문장의 역사를 이은 유일무이한 역사적 전통시장이다. 1907년 서문이 헐리고 일본인들이 진출하며 공설시장을 세운 이후 1928년에 공설시장이 남문장과 통합되며 전주를 대표하는 `남부시장`으로 탈바꿈했다. 남부시장은 1930년대 중반 상가 건물을 갖추고 상설시장으로 변화를 맞았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는 전국 쌀 시세가 남부시장을 통해 결정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남부시장도 다른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침체기를 겪었다. 1980년대 들어 전주시 도심 외곽에 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고 단지마다 상가가 자리잡으며 시장 상권이 잠식당한 것이다. 이후 1990년대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출현으로 전통시장 침체는 더 길어졌다.


남부시장은 2000년 들어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2003년 재래시장 현대화사업을 통해 교육예술 등 문화적인 기능을 넓혀나갔다. 그 성과가 확실히 드러난 것이 바로 `청년몰`이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문전성시사업을 통해 남부시장 2층에 등장한 청년몰은 청년 상인을 시장에 수혈해 남부시장 분위기를 바꿨다. 기존 상인들이 떠나면서 방치되다시피 한 시장 상가 2층을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해 시장 활성화를 꾀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2013년에는 행정자치부의 야시장 시범공모사업을 통해 `부산 중구 부평 깡통시장`과 함께 야시장 시범지역으로 선정됐고, 2014년 10월 31일 남부시장 야시장의 첫 밤이 시작됐다.

전주 남부시장 야시장은 하절기에는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동절기에는 오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손님을 맞는다. 초창기 야시장은 남부시장 중앙 십자로부터 청년몰 입구까지 110여m에 35개 매대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늘어난 관광객에 맞춰 두 배로 넓어진 220여m에 45개 매대가 손님을 맞이한다. 지금은 하루 평균 7000-9000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는 전주의 대표적인 관광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한옥마을을 둘러본 후 풍남문 방향으로 나와 걷다 보면 남부시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남부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동, 서, 남, 북문 네 곳으로 어느 방향으로 들어가도 야시장을 바로 찾을 수 있다.(물론 곳곳의 골목을 통해서도 들어갈 수도 있다). 남문으로 시장에 들어서면 갖가지 소품 매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도자기 공예품부터 자수, 액세서리 등 디자인 소품들이 나란히 자리해 있다. 동문 입구로 들어섰다면 상가번영회 고객지원센터에 들러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진 시장 지도를 손에 들고 시장 곳곳을 살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야시장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먹거리가 이어진다. 상인들은 매대마다 분주히 복작거리며 다양한 먹거리 만들기가 한창이다. 최근 인기를 끌며 손님들이 가장 긴 줄을 선 곳엔 전주대학교 한식 조리학과 선후배 4명이 조리복을 말끔히 차려입고 손님을 맞는 `총각네스시`가 있다. 야시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소고기불초밥과 길라면 등을 만들어 낸다.

저렴한 가격에 특별한 메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야시장의 특권이다. 걸음을 조금 옮기면 곱창 볶음을 판매하는 `아짐손불곱창갈비`와 노릇하게 익은 왕새우에 치즈를 올린 `왕새우치즈구이`에도 긴 줄이 이어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국적인 먹을거리도 인기다. 베트남 이주 여성들이 합심해 차린 `베트남MART`에는 베트남 튀김만두 짜조와 월남쌈을 판매한다. 저렴한 가격에 이국적인 맛을 볼 수 있어 매대 주위에는 유명 맛집처럼 긴 줄이 이어진다. 인근에는 라오스 전통 요리를 판매하는 매대도 자리해 있다. 매력적인 색상의 동그란 라오스 만두 `사구`도 식감이 일품이다.

이색적인 요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야시장에서는 전주 전통의 맛도 느껴볼 수 있다. 남부시장 터줏대감인 조점례 피순대와 콩나물국밥집, 야시장 매대에는 `효자시니어클럽`에서 비빔밥을 주먹밥처럼 만들어 달걀을 입힌 후 철판에 구워낸 구운 비빔밥도 판매한다. 전주비빔밥에 할머니의 손맛까지 더해져 풍미를 한층 더 한다. 녹두전과 소시지, 닭꼬치 처럼 익숙한 음식도 야시장에서 마주하면 한층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야시장에 먹거리뿐일까. 골목 중앙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다양한 이벤트들이 열린다. 작은 콘서트는 물론이고 노래방 기계를 이용한 즉석 노래자랑과 디제잉, 즉석 경매도 이뤄진다. 야시장을 떠올릴 때 그렇듯 먹거리를 손에 든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다양한 볼거리가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야시장 골목을 기웃거리다 보면 천변주차장 방향에 2층 청년몰로 올라가는 계단이 눈에 띈다. 야시장보다 앞서 남부시장에 청년들을 끌어들이며 활력을 불어넣은 남부시장 상인들의 효자이자 관광 명물이다. 상인들이 떠나 방치됐던 2층 공간에 청년 창업자들이 입주해 개성 있는 시장 속 시장을 만들었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오밀조밀하게 모인 상점이 눈에 띈다. 아기자기한 점포마다 다양한 소품이 전시돼 있고, 다양한 메뉴의 먹을거리도 마련돼 있다. 청년몰의 `적당히 일하고 아주 잘 살자`는 모토 처럼 청년들이 만든 특이한 상호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장 2층 청년몰 한편에서 진행되는 공연이나 파티, 이벤트 등도 한옥마을 야시장을 찾은 후 청년몰까지 일부러 걸음을 옮겨보길 추천하는 이유다.

한신협 전북일보=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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