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도자들

한시준 지음/ 역사공간/ 416쪽/ 1만 9800원

지난 1910년 대한제국이 망할 때까지 우리나라의 역사는 군주가 주권을 가진 군주주권 국가였고, 전제군주제였다. 수 천년 동안 지속되어 온 군주주권이 국민주권으로, 전제군주제에서 민주공화제를 바뀌게 된 계기는 바로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이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수립 당시 공포한 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 하였고, 수립 이후 국민주권과 민주공화제를 발전 정착시켰다.

오늘날 국민이 국가의 주권을 행사하고, 민주공화제 체제에서 살게 된 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역사의 정의(正義)`가 혼돈을 겪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되었다거나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주장에는 `건국`이란 문제를 부각시켜 일제에 협력했던 반민족행위자들을 건국의 공로자로 만들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비난이 가장 크게 일고 있다. 또 독립운동의 역사를 폄훼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입장도 함께 고개를 들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도자들`은 오랫동안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연구해온 저자 한시준의 연구성과를 묶은 것이다. 저자는 이명박 정부 이래 제기되고 있는 `건국`과 `건국절` 문제에 대해 역사적 근거와 논리도 없다는 점과 법률·상식적으로도 맞지 않은 주장이라며, 이에 대해 강력히 비판해 왔다.

이 책의 키워드는 `역사의 정의`이다. 저자는 `정의`를 `돌아갈 몫이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한 근로자가 저녁에 노동한 대가로 일당을 받는 것이 정의이고, 힘 있는 깡패나 머리 좋은 사람이 일당을 가로챈다면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우고 이끌었던 지도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한성정부를 수립한 홍진과 임시정부의 기반을 마련한 안창호, 2부에서는 초대 대통령 이승만, 제2대 대통령 박은식, 국무령 홍진과 함께 주석 김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3부에서는 삼균주의를 창안한 조소앙과 헌법을 기초한 신익희, 4부에서는 한국광복군의 지휘관인 총사령관 이청천, 서안총사령부 총사령 황학수에 대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저자는 독립운동의 역사를 폄훼하거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역사의 정의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해방과 독립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일제에게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게 된 것도,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할 수 있었던 것도 독립운동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란 국가도 1948년에 새롭게 건국한 것이 아니라 1919년 4월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한 임시정부를 수립한 일이 있었고, 이를 이은 것이 대한민국 정부라는 의미다.

저자는 말한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처음부터 거목이 아니었으며 1919년에 새싹이 나고, 이것이 자라서 거목이 됐다고. 또 거목이 되었다고 해서 새싹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은 옳지 않으며, 대한민국이 놀랍게 성장 발전했다고 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이라고….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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