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살해 80% 10-20대 미혼모 출산장려정책 '헛발질' 드러나 형벌 아닌 복지제도 작동해야

출산 장려금을 주면서 아이를 낳으라는 정부, 그러나 어제 오늘 또 신문에서는 영아를 유기하거나 살해한 기사들이 나온다. 아이러니 하게 아이를 죽인 모정을 비난하는 나라이기도 하고 낙태 시술을 하는 의사에 대한 처벌 강화 법안에 강한 비난이 쏟아지는 나라이기도 하다.

지금은 너무 당연하게 범죄로 인식되는 영아살해, 그 규정이 생겨난 것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6·25 전쟁으로 인한 극도의 곤궁상태, 그리고 전쟁 중의 강간은 부녀자들의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졌고 사회는 영아유기와 영아살해라는 사회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1953년 영아살해죄가 마련된다. 서구의 경우 가부장에게 절대적 권한이 부여된 로마법시대에는 영아살해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으나, 교회법의 영향력이 커지면서부터 영아살해죄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 아이의 생명이 화두가 아니라 영아살해의 원인을 어머니의 간통으로 보았기에 성적일탈으로서 `간통`과 살인을 행한 어머니를 비난하고 처벌하기 위함이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영아살해를 수치로 살펴보면 총 59건이었다. 이러한 영아살해 사건의 가해자를 살펴보면 59건 중 58건이 친모에 의한 사건이었고 단 1건만이 친부에 의한 것이었다. 가해자들의 연령대는 10-20대가 77.7%이었고, 84.7%는 미혼이었다. 요약하면 영아살해의 약 80%는 10-20대 미혼모의 범행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아살해에 대한 사회적 대응은 나라마다 다른데, 종종 사형까지 선고되는 미국과 정신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취급되는 영국의 정책은 극명한 대조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서 영아살해가 어떻게 발생하고 있고 어떻게 처벌받는지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죽인 범죄자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범죄자는 아이를 죽인 사람과 아이를 죽이는데 공모하거나 방조한 사람 모두를 찾아야 한다. 대다수 경찰의 수사에 의해 살인자는 쉽게 드러난다. 그러나 임신의 원인을 제공하고 영아살해를 도운 아버지, 영아살해를 방조한 우리 사회의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왜 사회가 방조자로 연루되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아이를 죽인 여성들의 사연을 조금 더 가까이서 들어볼 필요가 있다. 영아살해를 저지른 미혼의 젊은 여성들과의 인터뷰는 그들의 가정이 상당히 안정적이지 못함을 알려준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여성,남편의 부정과 학대 속에서 여성은 절망을 느끼고, 그러한 상황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순환 고리를 막기 위해서 아이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만약 아이를 받아주는 곳이 있었다면", "만약 가족들이 나를 비난하지 않고 받아줬다면" 이라고 가정법을 취하는 그들의 조심스러운 원망 속에서는 국가의 출산장려정책의 헛발질을 발견하게 된다.

경제 만능주의 사회에서 경제가 다른 제도에 종속되면서 범죄 현상이 가속화된다고 경고한다. 진정으로 출산을 장려하려면 출산장려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가족제도, 육아제도, 보육시설 등의 복지제도를 작동시켜야 한다. 영아살해를 막기 위해서는 엄격한 형벌이 아닌 복지제도가 우선 작동해야 한다. 그것도 매우 가까이에서 말이다. 그렇지 못한 채 경제적으로 소외된 빈곤한 여성 가장은 실업, 낮은 급여, 미흡한 복지제도와 마주하게 되고 더 이상 후퇴할 수 없는 결핍은 범죄와 연결점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대다수의 낙태시술은 가출청소년이나 미혼모가 아닌 결혼제도속의 정상 부부들에 의해 행해진다. 비록 불법적이기는 하나 의료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들은 영아살해죄를 피해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의료제도를 활용할 수 없는 이들이나 가족제도나 복지제도에 기댈 수 없는 이들은 영아살해범이 되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죽음, 영아살해 가해자는 누구인가. 갈 곳 없는 10-20대 미혼모인가. 헛발질을 하고 있는 복지제도인가. 복지제도로 예방할 수 있는 범죄도 충분히 많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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