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범 대전선병원 족부정형외과 과장
김준범 대전선병원 족부정형외과 과장
당뇨병은 식습관의 변화, 부족한 운동 등 다양한 원인으로 전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당뇨병 진료 환자 수 역시 258만 명에 육박했다. 당뇨병의 전단계인 공복 혈당 장애를 겪는 환자까지 포함한다면 환자 수는 1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당뇨병 환자 수가 늘어날수록 각종 합병증에 대한 관심도 높다. 발에 궤양을 비롯한 괴사, 감각·운동·자율신경 손상 등이 발생하는 당뇨병성 족부병증, 일명 `당뇨발`이 대표적이다. 특히 발 궤양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다리 일부를 절단해야 하기 때문에 예방과 관리가 최우선으로 이뤄져야 한다.

당뇨병성 족부병증의 한 증상인 신경병증은 감각신경 손상, 운동신경 손상, 자율신경 손상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당뇨병으로 감각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발에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나 발저림, 화끈거림, 따끔따끔함, 조임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증상은 양쪽 발에서 동시에 나타나는데 낮보다는 저녁에 쉴 때나 자는 동안에 증상이 심해진다. 운동신경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발에 있는 작은 근육들의 작용에 문제가 생기면 두 번째와 세 번째 발가락이 움츠러드는 갈퀴발로 변하게 된다. 발 모양이 변해 그 부위에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지면 굳은살이 생기고 그 아래 출혈이 발생해 피부조직이 파괴, 결국 궤양이 생기게 된다.

발 궤양을 앓는 당뇨병 환자의 3분의 1 정도는 말초혈관질환을 갖고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 동반되는 말초혈관질환은 무릎 동맥 아래 부위의 가는 동맥에 생기는데 당뇨병이 없는 사람의 질환과 비교했을 때 정도가 심하고 범위가 넓다. 말초혈관질환으로 혈액순환 장애가 있으면 걸을 때 종아리가 당기고 아프거나 경련, 저린 증상 등이 나타나는데 이를 `간헐적 파행`이라고 한다. 혈액순환 장애가 심해질수록 짧은 거리를 걸어도 증상이 발생하며 더 진행되면 쉴 때도 증상을 겪는다. 증세가 심할 경우 발가락 끝의 색깔이 검게 변하기도 한다. 이 같은 말초혈관질환으로 상처 부위로의 혈액 공급이 줄어들면 발 궤양이나 감염증이 잘 낫지 않게 된다.

당뇨발은 대부분 사소한 피부 손상에서 시작되는 만큼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발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관찰해 당뇨발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필수다. 평상시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을 정상범위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일 발을 깨끗하게 씻은 후 상처, 굳은살, 티눈 등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잘 확인해야 한다. 외출 시에는 맨발로 다니지 않아야 하며 발이 편하고 통풍이 잘되는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발톱은 너무 짧거나 길지 않게 일자로 자르고 발이 건조하지 않도록 보습제를 발라줘야 한다. 발에 원활한 혈액순환이 이뤄지도록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는 피해야 한다. 또한 발에서 굳은살, 티눈 부위가 빨갛게 변하거나 악취, 분비물이 있는 경우, 발톱이 피부를 파고들었거나 발톱부위가 붉게 변하고 부어오른 경우, 궤양의 크기가 크거나 염증이 의심되는 경우, 고열이 있고 통증을 느끼는 감각이 저하된 경우, 발이 비정상적으로 차거나 경련, 쑤시는 증상이 나타난 경우 등에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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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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