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찬반속 新풍속도 등장 타인의 프라이버시 존중 계기로 삼고 종업원 봉사 감사하는 풍토 만들어야

각자의 얼굴이 다르듯이 나라마다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다. 특히 서비스에 감사하는 모양이 각각 다른 것 같다. 이탈리아에 갔을 때 일이다. 조그만 식당에 각 나라 사람이 섞인 관광객들과 함께 할 때다. 필자는 햄버거를 시켜서 작은 식당 안의 의자에 앉아서 먹었다. 옆의 미국여자와 그 딸은 조그만 테이블에 앉아 햄버거를 시켰다. 먹고 난 후 계산서가 나왔다. 이때 소동이 벌어졌다. 필자에게는 3달러짜리 계산서가 나왔는데 작은 테이블에 있는 미국 여자에게는 1인당 7달러씩 계산서가 나왔다. 미국 여자가 식당 종업원에게 도대체 3달러짜리가 왜 7달러이냐고 따졌다. 그때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종업원이 오더니 설명하기를 테이블 사용료(Table charge), 즉 일종의 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위 말하는 `바가지요금`이 아닌 생활습관의 차이였다.

1973년 미국에 처음 유학을 갔을 때 하루는 크게 마음을 먹고 친구 4명이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을 시켜 먹었다. 당시 기억으로는 각각 10달러쯤 나온 것 같다. 그런데 4명인 우리 일행에게 각각 청구서가 나왔고 음식값이 약간씩 차이가 났다. 한국에서는 청구서가 한꺼번에 나오는데 따로따로 나왔으니 서로 눈치만 보고 계산을 못했다. 할 수 없이 웨이트리스를 불러 한꺼번에 계산해도 되냐고 하니 그러란다. 그래서 한국식으로 당연히 제일 연장자인 선배가 돈을 내기로 했다.

그리고 일어나 나가려고 하니 옆 테이블에 앉은 미국인들이 테이블에 각자 돈을 놓고 계산대로 가서 음식값을 계산했다. 테이블 위의 저 돈은 무언가 사실 갸우뚱했다. 그 때 혹시 저게 말로 듣던 팁(Tip)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웨이트리스에게 물으니 팁이란다. 또 하나 문제가 생겼다. 얼마를 팁으로 놔야 할까? 그 당시 1달러면 한국에서는 꽤 괜찮은 갈비탕 한 그릇 값이었다. 일행 중 어떤 친구는 안 놔도 된다 하고, 또 어떤 친구는 2-3달러는 어떠냐, 심지어 1달러를 놓자 하고. 할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4달러를 놨다.

그 후 워싱턴 D.C.에 있는 친구 집에 들렀을 때, 그 친구 여동생이 유학생인데 학비를 벌려고 식당에 나가 웨이트리스를 하고 있었다. 작은 식당카페에서 틈틈이 일하다 보니 하루 30-40달러를 번다고 했다. 그러나 방학 때는 풀타임(full time)으로 일해서 하루에 200달러 정도를 번다고 했다. 월급은 없고 손님들이 놓고 간 팁이 수입이라면서, 오빠들도 혹시 식당에 가면 팁 좀 많이 놓고 가란다. 지금은 가끔 미국이나 외국에 가면 20% 팁을 꼭 놓는다. 이 팁이 식당종업원의 수입이기 때문이다. 원래 팁은 영어로 `To Insure Promptness`다. `신속하게 하기 위해`라고 번역된다.

김영란법이 시행됐다. 찬반도 많고 또 각종 얽힌 에피소드도 많이 있다. 그 동안 몇 번 회식모임을 한 적이 있다. 회식 후 한꺼번에 낼 수 없는 상황이어서 n분의 1로 나누어 각자가 계산대 앞에 서서 각자의 카드로 결제했다. 그 다음 모임에선 친구들에게 미국식으로 권해봤다. 소위 더치페이(Dutch pay)를 제안했다. 수준이 있는 친구들이라 다 기분 좋게 찬성했다. 문제는 식당과 종업원이었다. 종업원에게 각자에게 주문받으라 하니 어떻게 12명에게 따로 따로 주문 받느냐며 못하겠단다. 작은 일이지만 김영란법의 시행은 우선 작은 음식점 이용부터 시작해야겠다.

각자 주문, 각자 지불, 소위 말하는 회식을 정상화 하는 데서 시작돼야 할 것 같다. 하나 더 첨언하자면 작은 식당 등에서도 종업원의 봉사에 감사하는 팁 제도가 빨리 일반화, 상식화돼야겠다. 각자의 개성, 각자의 생각에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종업원의 봉사에 무조건 감사하는 풍토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스승에게 카네이션을 선물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작은 감사의 표시는 오히려 권장되는 게 어떨까? 각자가 타인의 프라이버시(privacy)를 존중하고 또 내 것, 네 것을 확실히 하면서 식당, 이발소, 미용실, 택시 등 각종 서비스 제반시설에서 받은 서비스에 대한 감사의 표시인 팁 제도가 하루 빨리 정착되기를 바란다. 김영란법 무조건 찬성이다. 더치페이, 팁을 상식화하자.

선병원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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