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역사가이자 비평가인 토머스 칼라일은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 (Speech is silver, silence is gold)"라는 말을 남겼다.

입이 무거운 사람은 믿음이 간다. 함께 일할 만 하다. 그러나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침묵은 나태일 뿐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나서 `침묵은 금이다`란 격언을 태산처럼 지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3일 대전일보는 첫째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가 혹은 반대하는가, 둘째 `최순실 정국`의 해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셋째 당내 갈등 해소 방안은 무엇인가 등 세가지 질문을 새누리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던졌다. 그러나 충북의 국회의원들에게선 답을 듣지 못했다. 한 의원은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통화를 끝냈고 다른 한 의원은 보좌관을 통해 `회의 중`이란 얘기를 전한 후 답이 없었다. 나머지는 아예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실명은 비공개하겠다며 수차례 문자까지 보냈지만 굳게 닫힌 입은 열릴 줄 몰랐다.

전국 각지에서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26일에는 주최측 추산 연인원 150만명이 집회에 참여했다.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96%의 국민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구국의 결단을 위해 고민하는 것 아닌가, 연락하기 힘들 정도로 위급한 상황에 처한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괜한 걱정이었다. 권석창 의원은 24일 자랑스럽게도 행자부 특별교부세 25억 원을 확보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종배 의원은 `전통무예진흥법 개정안` 대표 발의했고 경대수 의원은 농어촌지역 도시가스 확대를 추진했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박덕흠 의원은 옥천군 특교세 9억원을 확보했다는 낭보를 전했고 정우택 의원은 `대한민국 의정대상` 수상 소감을 얘기했다.

시국에 대한 침묵이 충성심의 발로라면 방향이 틀렸다. 그들이 충성해야 할 대상은 유권자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뽑아준 대표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고 싶다. 다음 선거에서 판단하기 위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웅변이 금인 때다. 지역민의 대변인인 국회의원은 더욱 그렇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연설문에 인용한 단테의 신곡 한 귀절이 있다.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순간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돼 있다." 이용민 지방부 청주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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