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청와대서 권력을 이용 국정농단 아버지 박정희는 현충사 만들며 왜색 덧칠 과거사 정리하고 국민의 전당 돌려놓아야

현충사는 국민의 것인가?. 2005년 당시 유흥준 문화재청장은 "현충사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같은 곳"이라고 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누구도 차마 입에서 꺼내지 못하는 금기를 내뱉은 것이었다. 말실수가 아니다. 이런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문화재 전문가인 내가 볼 때는) `국민이나 국가 시설`이라고 느껴지기 보다는 ①현충사를 성역화한 것은 권력자의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 ②박정희 정권의 그림자가 짙게 베어 있다는 점을 에둘러 드러내려 했다.

맞다. 외형적으로 현충사는 박정희의 그림자가 짙다. 보릿고개 시절이던 1967년 53만 ㎡ 규모에 이르는 대대적인 성역화 사업을 벌였다. 전국 각지에서 가장 잘 빠진 나무와 꽃을 옮겨와 심었다. 일본산, 외래품종 가리지 않았다. 박정희는 탄신 다례제 행사에 빠트리지 않고 참여했다. 최고 제관은 그 자신이었다. 충무공 탄신 다례제에서 분향하며 `시민들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했다. 국민을 충무공의 멸사봉공 정신으로 결집시켜려 했다. 그러나 행사참여는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였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들은 현충사를 외면했다. 박정희의 향이 짙다는 불편한 질실 때문이다.

어느 면에서 보면 박 전 대통령의 이순신 집착 혹은 애착은 18세기 정조와 비슷하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역적으로 몰려죽고, 자신은 10년이 넘는 와신상담의 모진 세월을 견디며 왕위에 오른 정조에게 이순신은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됐다. 이순신을 영의정으로 추증하고 `충무공전서`를 간행하기에 이른다. 난중일기라는 이름도 그때 생겼다.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박대통령과 죽을 고비를 넘고 왕위에 오른 정조는 이순신을 통해 정치적 위로를 받으려 했다.

박대통령의 딸이자 현직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이 거처하고 국무를 보는 청와대는 국민의 것인가? 사적인 것인가?. 청와대는 국가 권력을 활용해 사익을 추구한 범행 모의장소였다. 기업 돈을 뜯어 재단을 만들자고 작당모의한 곳이다. 국민 혈세나 남의 돈으로 사적 이익을 꾀하려 공범들이 드나든 사적시설에 다름 아니었다. 최순실은 청와대의 대통령 전용 비밀통로로 넘나들며 국정을 농단했다. 삼성 등 부역자들은 대가성 거래를 일삼았다. 그들에게 청와대는 한낱 사적인 일을 도모하는 암거래소였다. 이 모든 공모가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공적시설로 알고 있는 청와대에서 버젓이 행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충사를 찾은 것은 지난 3월이다. 청와대를 들락거리며 권력의 춤을 춘 최순실이 한창 주술로 국정을 농단할 때다.

박 대통령은 참배 방명록에 "충무공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반도의 번영화 평화의 기틀을 만들겠다"고 썼다. 박 대통령에게 충무공 정신은 대체 뭣인가. "(재단설립이)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으로…선의로…"였다니. 유체이탈이다. `사심`이 충무공 정신이었나. 국민들은 당장 임대로 빌려준 청와대를 내 놓으라 요구한다. 남은 임대 계약을 당장 파기하고 집을 비우라고 압박한다. 백의종군. 직위해제하라 한다. 이순신은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았다. 지엄한 국법에 따라 백의종군했다.

현충사는 국민세금으로 지어진 공적 시설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도 깨끗이 지우고 과거사를 정리해야 한다. 국민의 전당으로 돌려놔야 한다. 그것은 왜색을 일소해야 가능한 일이다. 오랫동안 정부는 왜색 일색의현충사를 알면서도 묵인해왔다. 역사적 가치 운운하며 회피했다. 일본산 나무를 제거하는 것은 곧 박정희를 부정하는 것이라 여겼다. 금기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식수했으니까. 괘씸죄이고, `좌천감`이라 몸 사렸다. 수 없는 시민들의 왜색 제거 항의에는 시늉만 했다. 국민들이 청와대의 권력을 회수해 상식의 나라로 만들길 원하는 것처럼 , 현충사도 `과거의 그림자`를 지우고 국민의 전당으로 재탄생 하길 바란다. 현충사 왜색탈피는 ①친일파 화백 장우성 화백이 그린 영정 교체 ②이순신 본전 앞 일본 사무라이 충정 상징의 일본 특산종 금송 제거 ③일본풍 사당 전통형태로 변경 등이다. 또 ④국립 해양박물관이 소유를 주장하는 이순신 장계별책의 현충사 반환도 실현돼야 한다. 현충사가 과거와 사적인 굴레에서 벗어나야 국가의 위엄이 선다. 이찬선 천안아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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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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