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켜있는 실타래같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與·野의 시간 끌기에 '골든타임' 놓칠수도 정치권 실책 계속될 땐 국민이 매듭 끊을것

한 달째 한국 사회가 최순실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 있다. 박 대통령이 개헌 주도 운운한지 하루 만에 최순실의 버려진 피시에 담긴 내용들이 모든 나머지 뉴스거리를 시시하게 만들고 의미 없게 만들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멘붕을 넘어, 상대적 심리적 박탈감이 극단에 이른 이른바 `순실증`을 앓고 있단다. 비정상의 정상화는커녕 정상의 비정상화의 최고 절정에 이른 그녀의 국정농단은 혼자의 작품이 아닌 대통령과의 공동 작품이란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임을 조롱이나 하듯이, 법을 준수하기는커녕 법 밖에서 군림했던 이들과 이들의 조력자들은, 이제 전세가 역전된 걸 안다는 듯이, 법대로 하자고 한다. 마치 범죄 영화의 종반부에 이르러 악역 주인공의 모든 범법행위가 백일하에 드러난 후, 이 사회는 법치사회라며 법대로 하자고 우기듯이 말이다.

이들 집단은 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치하게 실정법을 빠져나가면서 혹은 무시하면서 법을 능멸해왔다. 그리고선 이제 그러한 위법적 상황이 하나둘씩 드러나자, 이미 많은 증거들을 전부 혹은 거의 없애놓고서,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다. 증거를 대라고. 법치국가에서 증거도 없이 심증만 가지고 자신들을 피의자로 만들면 민주국가가 아니라면서 말이다

덕분에 몇 주 전부터 촛불집회가 광화문에서 매주 열리고 있다. 지난 토요일 주최 측에서는 개인 발언의 장을 마련해주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발표했던 몇 몇 사람들은 분노를 배설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우리가 절대 금기시해야 할 것 중의 하나는 분노의 배설이다. 배설은 우리가 더 오래 싸울 수 있는 힘을 뺏어간다. 잘못하다간, 배설 행위 이후 결과적으로 그들을 용서해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이것인지도 모른다. 분노를 폭발시킨 후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음을 이들은 알고 있다. 따라서 차가운 이성의 도움 없이 우리는 간교한 부정의를 이길 도리가 없다.

이들이 국민을 상대로 분탕질을 하고 있는 동안, 경제민주화를 진즉에 슬며시 바닥에 내려놓은 이후, 우리 사회의 계급·계층 간 불평등은 계속적으로 심화되어 왔으며, 노인자살률이나 이혼율은 OECD 국가 중에서 1-2위를 다투고, 결혼율이나 출산율은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다. 그 결과 저출산·고령화에 1인 가구의 급증으로 우리 사회는 바야흐로 해체중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권력을 놓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고, 새누리당의 당 지도부 또한 물러날 생각조차 없는 것 같다.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 3당은 현재 탄핵을 외치면서도 오히려 밀리는 듯한 형세를 보인다. 하나의 단합된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전략이라는 것이 있기나 한 것인지 따로 움직이고 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프리기아의 왕 고르디우스가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풀어보라고 제시했던 매듭은 너무도 얽히고 설켜 있어 누구도 풀 수가 없었다고 한다. 현 시국 같은 상황이야말로 어찌 보면 그가 제시한 매듭이지 않을까. 이 복잡하고도 복잡한 매듭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풀 것인가? 과연 어떻게 해야 제대로 매듭을 풀었다고 할 수 있을까? 천천히 인내하면서 이 처치 곤란한 매듭을 차근차근 풀어야 정답일까? 아니면 알렉산드로스가 했던 것처럼 단 칼로 내리쳐 끊어버리는 것이 정답일까? 아니면 둘 다 정답이 될 수 있을까? 우선은 중지를 모아서 합의하여 매듭을 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나, 그것이 제한된 시간 내에 풀 수 없다는 판단이 드는 순간, 바로 단 칼로 그 매듭을 끊어 버리는 것이 옳지 않을까?

박 대통령과 최순실은 의도했건 아니건 야 3당과 이른바 대권주자들에게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넘겨주었다, 풀어보라고. 이제 그들 차례다. 먼저 그들이 이 복잡한 매듭을 풀어야 한다. 그런데 말이다. 그들이 서로 내가 먼저 풀겠다고, 자신들 방식만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시간을 마냥 끌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들이 엉킨 실타래를 더욱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고 나아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국민들은 알렉산드로스가 그러했듯이 단 칼에 이 매듭을 끊어버릴지도 모른다.

김덕호 한국기술교육대 문리HRD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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