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은 옛 어른들께서 겨울양식을 준비하는 날이라 생각하고 이웃집 어머님들과 함께 온 집안 식구들이 한마음으로 김장을 담그고 겉절이와 함께 구수한 수육을 먹는 집안 잔치 같은 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김장하는 풍속도가 많이 달라졌다.

그런데 김장하는 계절만 오면 스트레스를 가장 받는 사람이 있다. 바로 며느리와 시어머니이다. 40대 후반의 D씨는 김장을 작년부터 시댁으로부터 독립을 했는데 올해 시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리도 아프고 힘에 부쳐 다섯 포기만 담그시겠다고 하시더니 스무 포기를 담았다고 김장을 가져다 먹으라고 하셨다.

D씨는 남편이 신장이 안좋아 싱겁게 먹어야 하는데 시어머님의 김치는 너무 짜서 남편이 먹을 수가 없고 그냥 가지고 오자니 김치냉장고에 있다가 대부분 먹지 못하고 그냥 버릴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안주셔도 된다고 거절했다. 그러자 시어머님께서 "먹기 싫으면 먹지 마라!"고 소리 지르시며 대뜸 전화를 끊으셨다. 70대 중반의 B씨. 모두 출가한 2남 1녀를 둔 어머니이다. 한해 한해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아 김장하는 계절만 다가오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하다. 김장을 하려면 재료 준비부터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하고, 몸도 많이 힘들 것 같은데 남편은 내가 해준 김치에 평생 익숙해져 김장하는 날만 기다리는 것 같고, 또 출가해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자식들에게 엄마가 만들어준 김치를 먹이고 싶은 생각에 올해도 힘을 내 김장을 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자녀들은 모두 바쁘다고 김장하는 날에 못 온다고 연락이 오고 둘째 아들만 잠깐 들여다보고 갔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김치를 택배로 보내줬는데 며느리들이 감사하다는 말도 없다는 것이다. 자식들이 부모마음을 너무 몰라준다 생각하니 서럽고 내년부터는 `김장을 해도 절대로 자식들은 안줄거야` 라며 지키지 못할 마음의 약속을 또 했다.

김장이 뭣이 중한디 이렇게 며느리와 시어머님들이 매년 스트레스를 받을까? 그것은 아마도 `김장`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식의 차이일 것이다. 며느리에게 김장 담그는 날은 시댁의 불편한 행사이고, 시어머니에게 김장은 오랜만의 자식들과의 소통이고 어머니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날이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좀 더 행복한 11월이 되지 않을까?

중부대 원격대학원 교육상담심리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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