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처분 악몽 떠올라"

"자식같이 키운 오리를 모두 땅에 묻게 생겼는데 어느 축산농민이 가슴 아프지 않겠어요."

20일 오전 충북 음성군 맹동면 용촌리 일대 한 오리사육 농가 주변에는 황량한 기운이 감돌았다. 용촌리 농장입구에는 `방역상 관계자 외에는 출입금지`라는 팻말과 함께 희뿌연 소독약품이 뿌려져 있었다.

마을 입구에는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음성군 공무원들이 경광봉을 흔들며 농장 반경 500m 도로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했다.

이 농장은 지난 16일 설사 증세를 보이던 오리 200마리가 폐사하자 음성군에 신고했고, AI(H5N6형) 확진 판정에 2만2000마리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됐다. H5N6형은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시 봉강천과 전북 익산시 만경강의 야생조류, 이달 16일 전남 해남군 산란계 농장 닭에서 확인된 것과 같은 유형이다.

농장주는 "자식같이 애써 키운 새끼 오리를 땅에 묻으며 나도 죽었다"면서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용촌리 인근 오리 사육농가도 AI 확산 공포에 불안감과 초조함을 내비치고 있다. 오리 사육농장주 B(62)씨는 "AI가 퍼져 살처분하면 최소 5-6개월 오리를 사육할수 없다"며 "위탁 받아 오리를 키우고 있는데 고병원성 AI판명나면 앞날의 생계가 막막하다. 축산 농가의 피해를 감안해 정부에서 최선의 대책을 세워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맹동면 주민 김모(56)씨는 "2년 전 닭과 오리 수십만 마리를 살처분한 기억이 아물기도 전에 또 AI가 발생해 농가가 불안에 떨고 있다"며 "정성을 쏟은 농사를 한순간에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농가들은 상당히 예민한 상태"라고 말했다.

음성군은 AI가 조기에 종식될 수 있도록 가금농가에 대한 예찰활동과 가축의 반출입 통제를 위한 방역초소 7개소, 거점소독소 2개소를 설치 운영하며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음성=오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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