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야무야 정책 교육현장 혼란 가중 정부, 장기적 안목 교육개편 바람직

유보통합(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이 마무리돼야 할 시기를 코앞에 두고 있으나, 아직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 보니, 보육현장의 안팎이 모두 우왕좌왕이다.2014년 정부는 3년 내에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사, 관리부처 통합 방안을 모두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유보통합을 이끌 주관 부처 선정이나 교사들 자격 통합작업은 아직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태이다. 유보통합의 목적은 0세부터 7세까지 모든 영유아의 보육과 교육을 정부가 지원하여 질을 높이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여건과 수준을 형평성 있게 맞추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누리과정으로 교육통합 및 연령통합을 이루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영유아를 보육 및 교육을 하게 하고, 교사의 자격수준을 통합하는 게 가장 큰 과제였는데, 현재까지 통합의 구체적 방향마저 설정되어 있지 않고 있다. 누리과정 지원은 학기별, 지역별로 땜질식의 예산지원으로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어린이집에서는 급작스러운 정책으로 맞춤형보육이 나와 어린이집 운영과 교사의 근무조건 및 급여가 달라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보통합 실무를 맡고 있는 `영유아 교육·보육 통합추진단`의 공식 운영기한은 내년 1월까지이다. 아직 통합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단이 해산하면 유보통합 작업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보육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이유이다.

현장에 있는 많은 보육교사들은 유보통합이란 단어가 나오면서 현재 자신의 위치와 앞으로의 변화에 맞춰가야 할 미지수인 방향 때문에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즉 자격통합에 따른 유치원교사와 보육교사들의 불안증이 곧 현장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치원교사는 유아교육과 2년제, 3년제, 4년제의 정규대학을 졸업해야 할 수 있다. 그러나 보육교사는 2년제, 4년제는 물론 다양한 방법으로의 보육교사 교과목 이수를 하면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우리는 어떤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보육의 질을 높이고, 교사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그러면서 보육의 수준을 폄하하듯 이야기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기만 하다. 유보통합 과제 중 하나인 자격통합 때문에 현장에 있는 보육교사들은 유아교육과를 다시 들어가 공부를 해야 하는 건지? 유치원교사 자격증이 반드시 있어야만 보육교사의 경력과 그들의 처우를 인정해 준다는 건지? 현장에서는 여러 질문들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교사가 불안하다면 이는 보육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부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정부 부처에서는 유보통합의 새로운 구조개혁을 진행하고자 했다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현장 교사들에게 빠르게 제시해 주어야만 한다. 또한 정책적으로 질 높은 보육교사를 양성하여 부모들에게 보육교사로서의 전문적 보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정규대학 졸업한 유치원교사를 배출하는 것처럼 보육교사도 아동학이나 보육학을 제대로 공부하여 올바른 인성과 바람직한 보육교사로서의 태도를 잘 훈련받아 보육현장에 진출할 수 있게 교육개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요에 따라서는 국가가 유예기간을 두어 보수교육처럼 유보통합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보육교사들이 이수하게 한다면, 다양한 보육교사 자격제도를 국가가 인정하는 가운데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다. 보육을 마치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양, 몇 개 교과목만 이수해 보육교사를 하게 한다면 인간 발달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영·유아 교육과 백년대계를 이끌어가는 교사를 제대로 길러내기엔 지속적으로 어려움이 반복될 것이다.

무상보육, 맞춤형보육, 종일보육, 시간제 보육, 휴일보육, 시간연장반 보육 등 그때그때 필요한 다양한 보육형태를 펼치고 있는데, 장기적 안목에서 가장 바람직한 보육정책을 수립하여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 하겠다. 유보통합은 여성들이 어머니가 되는 것이 행복한 나라, 자녀를 낳으면 아빠와 함께 양육하고, 또 자녀와 함께 놀이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달리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전제 하에 보육현장의 간곡한 목소리를 반영하여 어린이집과 유치원, 영·유아와 부모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유보통합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장혜자 대덕대 영유아보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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