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개인의 재산을 규제하는 `건축법`이 제정되어 비록 자기 땅에 집을 짓지만 적당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 이는 사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의 조건을 제시해 개인의 집이라도 용도에 알맞게 짓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시작한 관련 법규 중 `제42조 (대지의 조경) 식재(植栽) 기준, 조경 시설물의 종류 및 설치방법, 옥상 조경의 방법 등 조경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고 되어있어 건물을 준공 할 때는 의무적으로 나무를 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좁은 대지 사정으로 인하여 옥상조경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콘크리트로 마감된 옥상은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 지상보다 많은 열을 흡수한다. 그래서 현대건축의 특징인 `평 슬래브 위 옥상정원`은 옥상에 잔디나 나무를 심어 데워진 열을 차단시키는 단열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는 완벽하게 시공된 방수층이 있다는 전제를 필요로 한다. 근대 건축물같이 3겹에 8층을 이루는 아스팔트 방수층을 형성하거나, 실내 수영장 바닥같이 두툼한 에폭시를 도포했을 경우라면 몰라도, 일반 건축물에 시공되는 액체방수로는 위험하다. 또한 나무를 심는 외벽 쪽으로 설치한 옥상정원에서 나무를 살리려면 방수바닥 위에서 일정 높이 이상까지 흙을 쌓도록 돼 있어 적법하게 시공하면, 심어진 나무가 있는 지면에 쉽게 올라설 수 있어 추락할 위험요소가 있다. 식재하는 나무도 높이가 큰 나무를 심으면 건물 구조안전에 문제가 되고, 관리가 안돼 미관도 좋지 않다. 나무가 높이 자랄 10년 후를 생각해보면, 이제는 옥상조경을 중단해야 한다. 더구나 이제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았으니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

오랫동안 도시를 떠나 있던 사람이 돌아와 보면 둔산 신시가지의 모습 중 가장 먼저 지적하는 점은 길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건물들의 특징이 없는데다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서 심은 나무들이 5, 6층을 넘게 자라 안 보이기에 찾아보기 어렵다. 나무는 산에 있어야 하는데, 환경을 자연친화적으로 꾸미겠다는 욕심 탓일까? 특히 건물 주변 가까이 큰 나무가 있는 경우 좋은 점도 있지만 여름엔 벌레가 많고, 세월이 흐르면 뿌리가 상·하수도관에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지금은 생활의식 수준이 높아져 스스로 알아서 하는 일들이 법규의 규제보다는 더욱 많으니, 이젠 건축허가 낼 때 자기 집안에 심는 나무는 당사자가 알아서 심게 해도 된다. 규제에 따라 심고 나서 얼마나 사후 관리를 잘 하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유병우 씨엔유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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