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 내전의 상흔과 슬픔 공감대 형성 최근 국정농단·혼돈 정국도 다르지 않아 국민에게 고통 전가되지 않도록 지혜 필요

대전 근현대사전시관. 대전 중구 선화동에 있는, 중앙로를 바라보고 있는 이 건물은 이 이름보다 충남도청이라는 이름이 시민들에게 더 친숙한 건물이다. 충남 홍성군 홍북면에 있는 현재의 충남도청과 구별하기 위해 `옛`이라는 관형사를 붙이는, 1932년 건축된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당시 전형적인 건축양식을 볼 수 있는 등록문화재이다.

영화 변호인 등이 촬영되기도 했던 이곳에서는 지금 `대전 국제포토저널리즘전(Visa pour l`Image-2016 Daejeon)`이라는 타이틀의 사진 전시회가 한창 열리고 있다. 공보담당관실, 기자실, 총무과, 예산담당관실, 대회의실 등의 팻말이 붙어 있던 옛 사무실들을 전시장으로 바꾼 다음 3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열리고 있는 이 전시회는 장장 257장의 사진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세계를 정면으로 보여준다.

이 전시회에서 발길을 붙잡는 곳은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전투,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부족 이름이었다가 몇 년 전부터 우리 귀에 익숙해진 이라크 야지디족의 여성들, 그리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전을 찍은 사진들이다.

시리아 알레포 전투 현장을 찍은 사진에서 인물은 그다지 많지 않은데, 사진이 보여주는 거리와 골목 그 자체가 전쟁터임을 떠올린다면 금세 이해가 된다. 야지디족 여성들은 잔혹한 성폭력과 살인, 인신매매 등의 피해자였지만 일부 야지디족 여성들은 AK-47 또는 M-16 자동소총을 든, 무장한 전투원으로도 나타난다. 극도로 잔인한 성폭력과 인신매매 등의 사건들을 겪고 난 다음의 심정을 헤아린다면 보는 이의 마음이 무겁고 불편해지기도 하지만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한반도에서 지구의 4분의 1바퀴쯤 가야 닿을 수 있는 먼 그곳에서 이런 비극이 일어난 이유는 매우 복잡다단하다. 정치적·종교적, 종족 간 갈등과 충돌이 원인이라는 수사(修辭)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수니파-시아파 간의 뿌리 깊은 갈등에다 겉으로는 국가의 형태와 이름을 띠고 있지만 실은 부족사회 중심으로 돌아가는 나라라는 점도 작용한 탓도 있을 것이다. 현대적 민주주의가 착근되지 않은 점도 작동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총탄이 날아오고 포탄이 머리 위에서 작렬하며 집과 학교, 병원을 다 날려버리는 미사일이 날아오는, 전쟁터로 바뀌어버린 삶의 터전에서 살아야 하는 그들을 바로 옆에서 찍은 사진을 보다 보면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공감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사진기자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다가가고 기어가서 바로 옆에서 찍은 그 사진들을 보다 보면 피사체인 그들이 우리의 바로 옆에 있는 듯한 몰입을 하게 되고, 지옥 같은 그들의 고통은 옆의 것인 듯 금세 전이된다. 프로페셔널이 찍은 사진은 이렇듯 바로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런데 그들의 고통이 크기와 모양은 다르더라도 우리에게 실제 전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게 요즘이다. 현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 등의 국정농단 사태로 야기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정국이 장기화하면서이다. 최씨와 함께 헌법이 부여한 권력을 사유화한 몸통으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이 2선 후퇴 요구를 받아들일 듯한 태도이더니 최근에는 입장을 바꿔 대통령으로서 직무와 권한을 다하겠다고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100만 촛불집회와 5% 선에 머무는 여론조사 결과로 국민들의 뜻이 입증됐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임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보인다.

이는 곧 향후 정치일정의 불투명을 의미하고 정국의 혼돈은 배가되게 된다는 뜻이다. 그로 인한 혼란은 결국 지난 역사에서 보듯 국가의 위기, 국민들만의 고통으로 전가된다. 나라가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지 않아도 동북아시아 정세의 불투명성은 여전한데다 국내시장에 들어왔던 외국자본들은 지금 썰물에 바닷물 빠지듯 빠져나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차기 미국대통령으로 결정되면서 국제정치 및 경제적 파고도 예상되는 실정이다. 앞으로의 정치 일정표가 가시화되고 굳어지면 크나큰 위기는 없을 듯하다. 그럴 가능성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으니 걱정이다. 시리아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고통이 닥치지 않도록 모두가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을 포함해서 말이다.

류용규 편집부국장겸 취재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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