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테러마법사, 신비한 동물탈출 대소동

상상. 누군가의 머릿속에 있는 대담하고도 발칙한 생각, 혹은 무한한 가능성을 뜻하는 단어이다. 우리는 보통 현실에서도 이뤄질 수 있는 것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즐긴다. 그러나 누군가는 실현 불가능한 것에 대해 떠올리기도 한다. 그 불가능한 것을 다양한 도구로 옮긴 덕분에 우리네 삶은 더욱 풍성해졌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무언가를 표현하는 도구는 기술의 힘 덕에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글과 그림이라는 수단이 상상을 그나마 현실화하는 도구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이의 상상을 별도의 정제 과정 없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영화는 그 도구 중에서도 제법 훌륭한 축에 속한다 봐도 될 듯하다.

우리는 한동안 조앤 K. 롤링이라는 작가가 만든 놀라운 세계에 흠뻑 빠진 경험이 있다. 그녀의 상상 속에 존재하던 세계는 문자로 우리 앞에 첫 등장했다. 하지만 더욱 많은 사람이 친숙해진 계기는 역시 `글 세상` 속에서 모험을 하던 안경잡이 소년이 스크린에 등장한 이후일 것이다. 모험은 스크린으로 옮겨진 덕분에 현실감이 더해졌다. 그리고 그 무대가 된 세계는 `현실적`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앞세워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은 그 매력적이고 독특하던 해리포터 시리즈와 세계관을 공유한다. 덕분에 친숙하다. 하지만 마법이 중심인 해리포터 시리즈와 달리 신비한 동물을 보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상상만으로 존재하던 동물이 스크린에서 뛰노니 `저런 동물이 어딘가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한다.

이야기는 1926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정체 모를 검은 연기가 도로와 건물을 부수고 거리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마법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용히 커뮤니티를 이어오던 미국 마법 의회 `MACUSA`는 그 어둠의 존재가 심상찮음을 느끼고 계속해서 추적을 이어간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뉴욕에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라는 영국 젊은이가 찾아온다. 마법사인 뉴트는 신비한 동물을 연구하는, 어쩌면 연금술사에 가까운 사내다. 세관원들을 속이고 뉴욕 거리로 나온 그는 금은보화를 훔치는 신비 동물인 `니플러`가 은행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니플러를 잡으려 은행으로 들어간 뉴트는 빵집 개업을 준비하던 제이콥 코왈스키(댄 포글러)와 뜻하지 않게 엮이며 함께 소동을 맞이하게 된다. 문제는 현장을 빠져나온 뒤, 신비한 동물이 담긴 뉴트의 가방과 제이콥의 가방이 바뀌었다는 점이었다. 정체불명의 존재와 신비한 동물들이 돌아다니는 뉴욕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된다.

불과 몇 주 전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에 이어 훌륭한 마법 영화가 또 다시 나와 판타지 팬들은 환호하고 있다. 특히나 환상의 동물을 소재로 삼아 대부분의 연령이 시청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족 영화로도 손색이 없다.

영화의 중심 축이 신비한 동물이긴 하지만 동물과 마법이 전부는 아니다. 배우들의 호연도 주목해야 한다. 에디 레드메인은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번 작품은 소심하지만 신비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지만 의지가 강한 뉴트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CG인 동물들과의 교감을 섬세한 감정선으로 표현한 그의 연기는 왜 그가 뉴트 역할에 어울릴 수밖에 없는 지를 대변한다.

스케일이 큰데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등장인물들을 전혀 `죽이지` 않았던 점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그레이브스와 제이콥을 비롯해 티나 골드스틴(캐서린 워터스턴), 퀴니 골드스틴(앨리슨 수돌) 등 모든 캐릭터가 자신의 위치에서 충실하게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코왈스키 역을 맡은 댄 포글러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극의 재미를 배가한다. 이야기의 얼개가 뛰어난 것도 한 몫 했지만, 이는 어떤 캐릭터도 허투루 쓰지 않은 데이빗 예이츠 감독의 뛰어난 연출 덕분이다. 덕분에 동물을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이 전혀 평면적이지 않아 생동감을 한층 더해준다.

물론 신비한 동물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다소 아쉬운 점으로 꼽힐 수 있다. 하지만 시리즈가 5부작으로 예고된 만큼, 신비한 동물들이 후속작에서는 더욱 많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2년마다 1편씩 개봉한다고 하니 충분히 기다려볼 만 하다.

이제 남은 것은 관객들의 평가뿐이다. 아직 이르지만 영화의 완성도가 뛰어난 덕분에 흥행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2시간 12분, 가장 즐거운 상상 체험을 하고 싶다면 `신비한 동물사전`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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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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