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충격적인 선거공약 취임후에도 같을까 걱정 예측가능한 정책 펼치길

흔히들 미국을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나라라고 한다. 국가정책이나 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 예측이 가능하고 나라가 안정적으로 움직인다는 얘기다. 몇몇 사람에 의해 나라가 휘둘리는 일은 상상할 수가 없다.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하루아침에 세상이 뒤집히는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시스템이야말로 미국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힘의 원천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구기(球技)종목 가운데 궤적을 예측할 수 없는 공이 하나 있다. 바로 럭비공이다. 땅에 떨어지면 그 다음 어디로 튈지를 알 수가 없다. 그만큼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차기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의 시각일수도 있지만 미국민조차 다를 바 없다. 트럼프의 당선을 정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곳은 많지 않다. `불확실성의 시대가 열렸다`거나 `가장 위험한 지도자를 뽑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선은 불확실성의 연속이자 불가능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의 승리를 예상한 곳은 거의 없었다. 개표직전까지도 대다수의 미국언론은 클린턴의 승리를 확실시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예비경선에서도 2%의 지지율로 시작해 당당히 경쟁자를 물리치고 본선 후보를 거머쥐었다. 본선 유세전에서 보여준 막말, 성추문, 황당한 공약 등은 트럼프의 당선가능성을 깎아먹는 요인으로만 본 것이다. 역설적으로 트럼프의 이러한 행동이 유권자의 표를 끌어 모았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분석결과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준 유권자는 백인이다. 그것도 미국사회의 주류에서 밀려나고 있는 저학력 백인남성들이다. 이들이 갖고 있는 기득권 정치에 대한 분노가 트럼프의 표로 이어졌다. 백인유권자는 이번 대선에선 69%로 줄었다. 점유율은 줄었지만 백인표를 오롯이 자신의 표로 연결시켰다. 트럼프가 온갖 불리한 여건을 딛고 백악관 주인이 된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억만장자 부동산재벌이 되기까지 판단력과 직관력, 승부사적 기질이 이번 선거에도 작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거공약은 가히 충격이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거나 중국의 수출품에 관세폭탄을 매기겠다고 했다. 러시아의 동유럽 침공에 불개입하고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에서 빠지겠다는 것이다. 각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 또는 폐기를 약속했다. 한국과 한반도 주변정세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주한미군방위비의 추가 분담을 요구했다. 안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것이다. 한미 FTA 전면재협상도 내세웠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당사국들이 알아서 할 일 이라고까지 주장했다.

트럼프의 행보를 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다를 바 없다. 취임도 하기 전 벌써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 할 수도 있다`고 해놓고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 하고 있다. 주요 이슈에서 한발씩 물러서는 모양새다. 강경했던 후보에서 현실주의 당선자로 이미지 변신을 꽤하는 것이다. 황당한 공약이 표를 얻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 전략이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공약을 실천하려면 참모뿐만 아니라 의회, 행정관료 조직,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금융가의 공감을 어느 정도 얻어야 한다. 선거공약을 내걸듯 모든 정책을 좌지우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트럼프가 강조한 내용 중 변함없는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나의 임기동안`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우선`이다. 이 말은 `누가 뭐라고 해도 임기동안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겠다`는 얘기일수 있다. `세계질서가 어떻게 되든 미국만 잘 되면 된다`는 뜻으로도 읽혀지는 대목이다. 유세에서 거침없는 공약을 쏟아냈듯이 임기동안, 미국을 위해선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 유권자와의 약속을 내세워 국제질서와 국가경영에 사업가적 수완을 발휘 할 수도 있다. 대통령에 취임해서도 `후보 트럼프`로 남는다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전의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트럼프 정부도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나라가 되길 기대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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