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형 협력 체제로 소통·참여의 국정 운영을

최순실 사건으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막강했던 대통령의 권위도 실추될 대로 실추되어 국정운영 능력은 물론 권위와 리더십을 상실했다. 지금은 대통령 자신은 물론 국정과 국가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와같이 참담한 현실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세월호 사건의 엄청난 희생과 메르스 사태를 통해 우리 국민들은 정부라는 집단 자체가 무능하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게다가 국가와 사회의 모든 문제들을 관료들끼리만 해결하도록 맡겨서는 안된다는 사실도 뒤늦게 깨달았다. 선진국에서는 벌써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정설이 안 통한 지 오래되었다. 왜냐하면, 현대사회에서 모든 문제들 마다 정부가 간섭해서 혼자 해결하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켜서 더 깊은 늪에 빠지게 됨을 알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관리시스템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관료들의 전문성과 능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민간부문에 뒤지기 시작했다. 즉 집단지성으로 무장한 시민사회가 정부를 앞선 것이다. 그럼에도 관료들은 낡은 법과 제도로 그리고 `관피아`라는 탄탄한 부조리 구조를 통해 억지로 국민을 규제하고 통제해 왔다. 게다가 낡은 국정시스템을 개조하지도 그렇다고 활용하지도 못한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삼류도 안 되는 비선 실세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했다 하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공권력이다. 그리고 정부는 비효율 그 자체다. 이 공권력을 공식라인을 무시라고 비선 중심으로 그것도 비효율적으로 사용할 때 문제는 심각해진다. 따라서,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는 오만한 관료주의 발상은 이제 과감히 버려야 한다. 더욱이 검증도 되지않은 형편없는 비선들이 공권력을 사유화 해버린 이 기막힌 적폐들은 이제라도 청산해야 한다. 정부는 스스로의 무능과 한계를 인정하고, 정부보다 훨씬 똑똑해진 민간부문과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시작할 때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4년 동안 국정운영의 기본틀은 중앙집권 그것도 청와대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동안 청와대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국민안전, 경제혁신, 공공개혁들은 모두 중앙집권을 더욱 공고히 하고 말았다. 고인물이 썩듯이 모든 권력이 청와대로 집중될수록 반드시 썩는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나타난 국정실패와 마비의 책임은 모두 대통령 개인이 져야 한다. 그럴 때마다 국정과 국가는 혼돈과 위기로 치닫는다. 그리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모두에게 돌아간다. 설령 아무리 뛰어난 리더라고 하더라도 1인이 국가조직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시대는 지났다. 정부내 옥상옥의 조직을 아무리 만들어 감시해도 소용없다. 결국, 터무니없는 비선 실세까지 설친 상황에서 썩을 대로 썩고 낡을 대로 낡은 대통령과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 방식은 이미 언젠가는 터질 참사의 원인을 잉태하고 있었던 것이다.

관료주의의 반대는 민주주의다. 이 전대미문의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과 관료가 주인이 아니라 국민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를 회복해야만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가라앉을 것이고, 국가는 정상을 찾을 것이다. 이를 위해 박대통령의 2선 후퇴와 함께 국회주도하의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서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의 국정을 개조해야 한다. 그저 총리와 청와대 참모진과 비서진만을 교체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대통령만 새로 뽑는다고 달라질 일도 더더욱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현 국정운영의 틀과 방식을 과감하게 바꾸는 일이다. 국정운영의 틀은 청와대 중심의 중앙집권적 통제체제에서 지방분권형 협력체제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그 운영방식은 투명과 공개, 소통과 참여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컨대, 민주주의와 지방분권과 자치에 기초한 국정개조가 이번에 만큼은 반드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제2의 세월호와 메르스 사건도, 그리고 청와대 속에서의 비선실세의 국정농단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 한국주민자치중앙회 회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