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가 좋아하는

바트렛 배나무를 뜨락에 심었다

하양꽃 향기 맡고

하양꽃 보며

맘도 하얘지던 이른 봄

어느새 배나무 알차게 열매 맺었다

통통하고 달디 단 배를 골라

그에게 건네주었지만

그는 먹지 않았다

마켓에서 사온 검증 없이는

먹지 않는다는 결벽증

나는 팔짱을 끼고 앉아 생각해 본다

그는 왜 나에게 구혼을 했을까

어떤 검증이

그 사람 마음에 찍힌 걸까?

엔젤라 정 시인. 그녀의 한국 본명은 정철은이고 고향은 공주. 미국으로 이민을 해서 샌프란시스코 부근 알라메다에 살면서 버클리문학 회원으로 활동한다. 그녀의 남편은 유대인이다. 그녀는 최근 `룰루가 뿔났다`는 첫 시집을 냈다. 이 시는 미국문화에 대해 상황의 아이러니로 보여주며 문화의 차이를 넌지시 제시했다. 이로써 사랑의 단면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물음과 의문을 동시에 제기한다.

아내는 남편이 좋아하는 바트렛 배나무를 뜨락에 심고 가꾸었다. 나무가 자라서 하양 꽃이 피어 꽃도 보고 향기도 맡고, 어느새 배나무에는 열매가 맺혀 탐스럽게 익었다. 아내는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따다가 남편에게 주었으나 남편은 먹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 배가 검증이 되지 않은 것이라는 점. 이 시는 아내와 남편의 서로 다른 문화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남편은 마켓에서 사온 검증 없이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결벽증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아무리 아내가 정성으로 심고 가꾼 나무에 열린 배를 지성스럽게 들어 바쳐도 절대로 먹지 않는다.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자신은 무슨 연유로 선택이 되었을까 하고 물음을 제기하며 웃음을 유발시킨다. 독자들도 따라서 어떤 기준으로 남편이 아내를 선택했을까 생각하다 보면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감돌게 되는 것이다. 시인·한남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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