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과 사물은 그 자체가 갖고 있는 이미지나 브랜드가 있다. 좋은 사람, 맛있는 음식, 경치가 멋있는 지역 등. 우리 대전은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을까?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전의 이미지는 과학공원, 연구단지, 그리고 어느 빵집의 튀김 소보로 정도이다.

얼마 전 대구에서 개최된 `제1회 대한민국 국제물주간행사(KIWW, Korea International Water Week)`에 다녀왔다. 30여 개국 약 1만 여명이 물 관련 포럼과 전시회에 참석하는 등 성황이었으며 80개 기업이 신제품과 신기술을 보여주는 장이 되었다. 내년에는 경북 경주에서 `아시아 국제물주간행사(AIWW)`도 같이 할 예정으로 매년 그 규모가 커지는 추세이다. 이런 국제행사들은 그 지역의 발전과 경제 활성화 및 지역 이미지를 높이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사실 물과 그다지 관련이 많지 않은 대구나 경주보다 대청호(湖)가 있고 금강이 흐르는 대전지역에서 이러한 물 관련 국제행사를, 그것도 물 옆에서 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물론 이런 행사를 대전에 유치하려면 대전시민의 관심과 대전시의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K-water(한국수자원공사)는 경북 안동시와 공동으로 준공된 지 40년이 되는 안동댐을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공동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즉, 안동호 주변지역에 다양한 문화와 관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안동호 주변에 가해진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노력도 같이 하게 된다. 머지않아 안동호는 친환경 친수(親水)문화 공간으로 탈바꿈되어 안동지역의 발전과 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대전은 이렇다 할 산업시설도 많지 않고 마땅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 떠오르는 게 없으면 찾고 만들어야 한다. 대전은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도시 속에 있는 거대한 호수, 대전팔경(大田八景)중 하나인 대청호이다. 호수를 이용한 수상스포츠 활동과 각종 관광테마를 연계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사시사철 바뀌는 대청호의 모습은 훌륭한 피사체이다. 겨울철 호수에서 비상(飛翔)하기 위해 날개 짓 하는 철새들은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지역의 자산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아쉽다. 앞으로 대청호주변을 문화와 예술, 그리고 관광이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면 어떨까? 시인 워즈워드가 거닐던 영국의 레이크 디스트릭트(Lake District)나 스위스의 제네바(Geneve) 같은 도시 역시 호수를 기반으로 자연과 환경, 관광·문화가 조화를 이루어 온 지역이다.

대청호가 생태탐방과 더불어 문학·음악·미술 등 각종 문화행사나 국제 학술대회 개최, 그리고 관광도 즐길 수 있는 물 문화의 구심체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현재와 같이 대청호주변이 식당이나 음식점들만 널려있는 공간이 아닌 환경생태가 함께하는 관광과 문화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면 지역의 격(格)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더구나, 대청호가 관광과 문화의 중심지가 되어 지역주민과 일반인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수질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대전은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길 원하며, 대전은 무엇으로 사는가?

권형준 K-water 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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